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인근에서 ‘해병대원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 특검 촉구 범국민 집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는 참가자 약 400여명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지금 당장 의결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못다핀 꽃 한송이 채해병을 살려내라” “해병 똥별 출세위해 귀한 아들 군말없이 죽어주랴”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선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장은 “채 해병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며 “우리는 가짜 해병도 아니고, 좌파 해병도 아니다. 박정훈 대령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한 명의 해병”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을 이긴 권력은 없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항명한다면 그 대가는 참혹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범인이 아니라면 특검을 받고 진상규명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현장에선 가수 김흥국씨를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이날 연단에 선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누가 우리 보고 좌파 해병이라 한다”며 “정권에 들러붙어 전우를 지키고 그 진상을 규명하려는 전우들을 가짜, 좌파 해병이라 한다. 정의와 자유를 위하는 해병대로서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비난했다. 장내에선 “해병대 똥별들이 해병대를 망치는 것” “찜찜한 장성들이 뻔뻔하게도 자기 후배들 변호하러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해병대 100만 예비역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흥국씨는 “가장 가슴 아픈 것이 대한민국 해병대에 가짜 해병이 있고, 좌파 해병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며 “죽은 후배는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오래 질질 끌면서 언제까지 들이댈 거냐”라며 채상병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선 ‘TEAM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과 해병대 예비역 주최 측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집회 도중 ‘이재명! 이재명!’을 외치자, 한 관계자는 이들에게 다가가 “이재명 집회 아니다”며 연호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관계자를 향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반발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해병대 연대가 당색(黨色)없이 집회를 하는 데고, 오늘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니까. 다음에 하자”고 달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후에도 지지자들은 “예의가 아니다” “왜 이재명을 외치지 못하게 하느냐”며 주최 측을 향해 수차례 항의를 이어갔다. 일부 지지자들이 경찰을 향해 “쪽발이 XX들아” “윤석열의 개XX들아. 얼마 받고 여기 나왔냐”는 등 수십여분 간 난동을 이어가자 경찰은 채증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야7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날 연단에 선 이준석 의원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특검법을 받을 수 있다’고 간을 보기 시작했다”며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 명단 15개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사건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탄핵 당한 박근혜 정권을 뛰어넘는 최악의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주최 측은 “국민의힘은 가해 정당 격이라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