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지만, 그 주변에는 담뱃값과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X

“내가 흡연자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흡연구역과 쓰레기통을 마련하지 않고 여기저기 금연 딱지만 붙이기 때문임.”

지난 주말 엑스(X‧옛 트위터)를 달군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이 글은 1일 오전 9시 현재 무려 140만뷰를 기록했다. 이 글은 2만번 가까이 인용되며 ‘흡연권’과 ‘혐연권’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이 됐다.

그 시작은 지난달 27일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이었다. ‘금연 구역입니다’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수많은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심지어 담뱃갑이 버려져 있기도 했다. 이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내가 흡연자를 믿지 않는 이유”라며 “누가 꽁초 버리는 걸 제지하는 흡연자를 본 적 없고, 주변 꽁초를 줍는 흡연자도 본 적 없다. 그 사람들의 최선은 ‘자신이 버린 꽁초만 처리하기’다”라고 지적했다.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가장 큰 이유로 "흡연구역과 쓰레기통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글이 3일 만에 140만뷰를 기록했다. /X

이 글에 A씨는 “이런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흡연구역과 쓰레기통을 마련하지 않고 여기저기 금연 딱지만 붙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어떤 기호를 가진 집단을 비난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 차라리 담배를 팔지 말든지”라고 했다. 이어 “엄청난 준법시민이 흡연을 시작하면 갑자기 무단투기를 일삼는 시민이 되겠느냐”며 “흡연이라는 게 인간의 가치에 기반한 행동양식을 바꾸는 엄청난 거겠나. 이거야말로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A씨의 글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씨의 글에 옹호하는 이들은 “진짜 공감한다. 휴지통 등 간단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흡연자인데 동의한다. 적절하게 흡연구역과 쓰레기통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럼 내 담배꽁초만 처리하지, 남들이 쓰레기 무단투기하면 본인이 다 정리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쓰레기통이 없으니까 쓰레기를 땅에 버려도 된다고 하면 어떡하나. 저는 길에서 쓰레기 생기면 집에 가져간다. 쓰레기를 만들었으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지, 무슨 시스템 타령이냐” “금연 구역이니까 담배꽁초 버릴 쓰레기통을 안 만드는 것” “흡연 부스 만들어줘도 남의 담배 냄새는 싫다고 밖에서 피우고 꽁초 버리지 않나” 등의 반박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휴대용 개인 재떨이를 5000원대에 살 수 있다며 “이걸 들고 다니면 되는데 안 들고 다니면서 땅에 버리는 흡연자들. 쓰레기통 없다며 괜히 남 탓하는 것”이라고 했다.

A씨 글에 "쓰레기통을 비워줘도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고 반박한 네티즌의 글. /X

이는 성인이 자신의 선택으로 담배를 피우겠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흡연권’과 비흡연자가 자신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혐연권’에 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두 권리 사이의 다툼은 이전부터 있었다. 20년 전 헌법재판소는 ‘흡연권’과 ‘혐연권’ 모두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혐연권이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과 생명권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근 대규모 공중 시설에 딸린 실외 공간까지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B씨는 2019년 1월 금연 구역인 부산 벡스코 광장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 공무원에게 적발돼 과태료 5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는 “실외 공간까지 금연 구역으로 설정한 건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냈지만, 재판관 전원(9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공익은 흡연자들이 제한받는 사익보다 크다”며 “실외 공간이더라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여러 사람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공장소의 경우 그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