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들의 부모들이 지난 4월부터 비정부기구(NGO)인 한국청소년재단과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가 후원하고 운영하는 13주간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BBC

행복공장이라는 이름의 독방에 외부 세계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는 문에 달린 배식구 뿐이다. 1.5평 작은 방에선 휴대전화나 노트북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이곳에 가두고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행복공장’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부모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30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한국에서 은둔형 청년, 일명 ‘히키코모리’가 늘면서 이를 이해하려는 부모들의 노력을 조명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19~34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 이상이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54만 명에 달하는 수치다. 젊은이들을 세상과 단절하게 만드는 요인은 △취업난(24.1%) △대인관계 문제(23.5%) △가족 문제 (12.4%) △건강 문제(12.4%) 등으로 다양했다.

은둔 청년들의 부모들이 지난 4월부터 비정부기구(NGO)인 한국청소년재단과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가 후원하고 운영하는 13주간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강원도 홍천군의 한 시설에서 참가자들은 독방을 재현한 방에서 격리돼 3일을 보낸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부모가 자녀와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격리를 통해 부모가 자녀의 감정이나 처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진영해 씨(가명)는 3년째 자신의 방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아들을 둔 부모다. 그는 격리 생활을 한 후 아들의 ‘감정적 감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들은 재능이 있었고 부모는 아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나 아들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섭식 장애로 학교에 가기도 어려워졌다. 아들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방에 갇혀 지내기 시작했다. 아들은 자신의 문제를 부모에게 말하기 꺼려했다. 진 씨는 “행복공장에서 다른 젊은이들의 메모를 읽으면서 아무도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이 침묵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박한실 씨(가명)는 7년 전 외부와 단절하고 살고 있는 26살 아들을 위해 이곳에 왔다. 아들은 몇번이나 가출한 후 이제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박 씨는 아들을 심리 상담사와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들은 치료를 거부하고 게임에 집착했다. 박 씨는 격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특정한 틀에 억지로 맞추지 않고 아이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은둔 청년을 ‘가족 문제’로 보는 관점 때문에 많은 부모가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를 끊게 된다”며 “부모들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어서 부모 자신도 사회로부터 고립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고운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저취업 시대에 한국 사회가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를 정해진 시기에 달성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취가 부모의 성공으로 여겨지는 관점은 온 가족을 고립의 늪으로 빠뜨리며,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어려움을 양육 실패로 인식하여 죄책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