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로봇 바리스타가 있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컵도 너무 예쁜데요?”

1일 오전 서울시청 1층 로비 카페. 외국인 관광객 둘이서 한참이나 커피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키오스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을 주문하자 재사용컵에 시원한 커피 한잔이 담겨 나왔다. 35초가 걸렸다.

이 카페엔 사람 직원은 없다. 커피를 내어준 바리스타는 로봇이다. 이름은 ‘바리스’. 협동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XYZ)’가 만든 로봇 팔이다. 하루 14시간 홀로 카페를 지키며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고, 얼음을 담고, 컵을 들어 픽업대로 옮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민간 업체들이 로봇 카페를 만든 경우는 종종 봤지만 이렇게 시청 청사에 로봇 카페가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커피를 들고 청사를 나섰다.

지난 4월 28일 오후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시청 1층 로비에 무인 로봇 카페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시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바리스’는 두달 새 시청의 ‘명물’이 됐다.

앞서 서울시는 12년만에 1층 로비를 리모델링하면서 ‘바리스’를 모셔와 무인 카페를 만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청의 딱딱한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로봇 카페를 만들었는데, 내국인 방문자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청 가이드 투어에서도 이 로봇 카페가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실제 오후 1시쯤이 되면 관광객이 몰려 커피 한 잔을 받는데 15~20분씩 걸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500원, 다른 음료는 3000원 내외다. 평일 하루 200잔이 팔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5월 한 달에만 5000명이 카페를 찾았다”고 했다.

‘바리스’는 15년차 바리스타의 노하우를 구현한다. 엑스와이지 관계자는 “전문 바리스타의 레시피와 커피 추출 노하우를 시스템에 입력해뒀다”며 “실제 제조된 커피를 바리스타가 다시 맛보고 개선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시청에서도 최근 레시피를 바꿨다. ‘에스프레소 양에 비해 얼음이 많아서 커피가 좀 묽은 느낌’이라는 의견을 반영해 좀 더 진한 풍미를 구현했다고 한다.

현재 카페는 재사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커피값에 컵 보증금 1000원을 추가로 결제하게 하고, 나중에 컵 반납기에 컵을 집어넣으면 계좌로 1000원을 환불해준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이 컵을 반납하지 않고 그냥 가져간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컵 겉면에 서울시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이 적혀있으니 기념품 삼아 챙겨가는 것 같다”며 “사실은 컵 보증금보다 컵값이 비싸서 솔직히 서울시로선 손해보는 장사인데, 그만큼 인기가 크단 얘기”라고 했다.

서울시는 로봇 바리스타 추가 도입에 대해 검토했으나, ‘아직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이 다소 한정적이라 1대를 추가로 설치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객이 늘어나면 로봇 바리스타님을 한분 더 모시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