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어릴 적부터 참 똑똑한데 착하고 성격도 좋았어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좋은 직장에 합격해 좋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1일 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로 숨진 시중은행 직원 이모(52)씨의 삼촌과 숙모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장례식장을 찾아 이씨에 대해 “조카는 늘 성실하고 최고였다”고 회고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한 시중은행 부지점장으로 이번에 승진 대상은 아니었다. 이씨를 포함해 이번 사고로 사망한 9명 중 4명은 같은 시중은행 소속 직원들인데 최근 있던 인사 발령을 기념하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삼촌 A씨와 숙모 B씨는 2일 새벽 3시쯤 강원 춘천에서 조카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이들은 초등학생 때 부모님을 여윈 이씨를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춘천에서 키웠다고 한다. 이들은 “조카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똑똑하고, 착했고, 성격도 밝았다”며 “공부를 잘 하던 조카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한 시중은행 본점에 떡하니 합격했다”고 했다. B씨는 “그때 얼싸안고 좋아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취직하며 서울로 상경한 이후에도 A씨 부부에게 한달에 최소 2번은 안부 전화를 걸 정도로 효자였다고 한다. A씨는 “은행일로 바쁜데도 명절이 아닐 때도 춘천을 찾았는데 올 때마다 고기며 과일을 한 아름씩 들고 오던 조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또 A씨는 “조카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고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라고. 이씨 부부는 슬하에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뒀다고 한다. 딸들은 이미 성인으로 직장인이고 아들은 고등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조카 가족은 늘 단란하고 행복했다”며 “조카 부모가 일찍 죽은 만큼 조카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게 참 다행이었는데…”라고 했다.

A씨 부부는 이씨의 시신 훼손이 심하다고 해 시신을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장례식장 안에 조카 다른 가족들이 있는데 모두 식음을 전폐한 채 슬픔에 잠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