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박상훈 기자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자 차모(68)씨가 운전한 진회색 제네시스 G80(2018년식) 차량은 1일 오후 9시 25분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소공로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시청광장 방향으로 진입해야 할 차량은 돌연 그대로 직진해 세종대로 방면으로 역주행을 시작한다.

180m가량을 빠른 속도로 역주행한 차씨 차량은 왼쪽 인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인도로 넘어간다.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면, 차량은 주행(走行)이라기보단 비행(飛行)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쏜살같이 인도를 덮친다. 편의점·식당·주점 등이 밀집한 이 인도엔 행인이 최소 11명 있었다. 한 편의점 앞엔 두 무리의 행인이 각각 세 명씩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명은 편의점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세 명은 시청역 사거리 횡단보도 방면으로 걷고 있었다. 단 1초 만에 차량은 이들을 쓸어버리듯 덮쳤고, 대부분은 자신이 참변을 당하는지도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 한 남성이 차량이 덮치기 직전에야 사실을 알고 몸을 피하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11명 중 9명이 사망했고 2명은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가드레일은 뿌리째 뽑히고, 인근에 주차된 오토바이 2대와 자전거 1대가 산산조각 났다. 가게 앞에 쌓여있던 플라스틱 박스도 와르르 무너졌다. 인도는 부서진 오토바이와 각종 잔해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은 “우당탕탕 소리가 순식간에 났다” “쾅 하는 굉음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간발의 차로 화를 모면한 행인들도 있었다. 한 여성은 차량이 인도를 덮치기 직전 편의점으로 들어가 사고를 피했다. 또 다른 여성 역시 사고 직후 현장으로 걸어오다가 희생자가 쓰러져 있는 모습에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차씨 차량은 11명을 덮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시청역 사거리에 진입한 차량은 세종대로 서울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이동하던 BMW와 쏘나타 2대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연쇄 추돌 이후에도 차씨의 차량은 부메랑 모양으로 방향을 틀며 9차선 도로를 가로질렀다. 질주를 계속하던 차량은 교차로 맞은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통섬 앞에서 멈춰선다. 오후 9시 26분쯤이었다.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했다.

그래픽=김현국

총 200m를 역주행한 제네시스 차량은 사고 충격에 전면부가 모두 부서졌고 보닛과 측면도 심하게 찌그러진 상태였다. 경찰은 차씨가 일방통행 차로에서 역주행을 하게 되자 공황에 빠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