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 출신 정근우. /뉴시스

야구 선수 출신 정근우가 2023 홍콩 여자야구 아시안컵 당시 여자야구 대표팀에 분노했던 사연을 공개했다.

정근우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선수 박주아와 함께 출연했다. 정근우는 아시안컵 당시 여자야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었다.

박주아는 “정근우 코치님이 처음 들어왔을 때 저를 개인적으로 불러 내가 여자 선수들은 잘 모르니까 공을 어느 정도로 던져야 아프지 않냐,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냐 등 하나하나 물어보셨다”며 “이건 정말 진심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근우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박주아와 함께 참가했던 홍콩 여자야구 아시안컵을 회상하며 당시 “완전히 화가 났었다”고 했다.

정근우는 “일본과 첫 게임에서 10:0으로 콜드패를 당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신나 보였다”며 “‘작년에는 4회 콜드인데 올해는 5회 콜드패야’라며 잘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정말 완전히 화가 났다. (코치진들이)난리가 났다”고 했다. 경기에서 패한 것보다 패배를 당연시하는 선수들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박주아는 “(코치진이 화났다는 사실을) 밑에 선수들은 잘 몰랐다. 그날 위에 언니들끼리 모여서 얘기를 많이 나눴고, 마음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정근우는 “그때 주장인 최민희 선수가 다음 날 아침에 와서 울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가 나한테 엄청 혼났다”며 “코치진은 밤새도록 전력 분석해서 상대팀 약점 찾고 다했는데 패배를 당연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책했다. 그 후로 인도네시아를 21:3으로 대파했다”고 했다.

이후 대표팀은 마지막 홍콩 전에서까지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야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것은 역대 두 번째였다.

박주아는 “필리핀 전을 앞두고 주장 언니(최민희 선수)가 ‘이 경기에서 지면 이 멤버, 감독. 코치님들과 끝이다. 난 헤어지기 싫다’고 하더라. 그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겼는데,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은 처음 느껴봤다”며 “이게 야구고, 태극마크를 단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정근우는 “감독 코치진들도 감정이 많이 북받쳤다. 눈물이 나는 걸 참고 버스로 가는데 앞에 허일상 코치가 어깨를 들썩들썩하면서 울며 걸어가고 있더라”고 했다.

한편 지난 2020년 은퇴한 정근우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등에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