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2일 새벽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고령자 운전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검은색 대형 승용차가 보행자를 쳐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이 차량은 갑자기 역주행으로 지그재그 돌진을 하며, 횡단보도와 인도의 보행자를 덮쳤다고 한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음주운전·약물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고령 운전자 자격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강원도 춘천시에서 80대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3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3월 전북 순창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화물 트럭이 농협 조합장 투표 현장을 덮쳐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79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9중 연쇄 추돌 사고를 냈다. 당시 70대 남성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또 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터널 교차로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운전 부주의로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고, 4월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 90대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후진 중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구 고령화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면서 고령 운전자 안전 대책 강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해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3만9614건으로 3년 새 27.5%(8542건) 증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년에 65세 이상 운전자가 498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현재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률은 2%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