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소방대원들이 연기가 발생하는 작업용 모터카를 수서 차량기지로 견인하고 있다. 연기가 발생한 모터카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로 확인됐다./강남소방서

서울 지하철에도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서울교통공사에는 리튬 화재 전용 매뉴얼이나 장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일 새벽 3시 3호선 도곡~대치역 모터카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시의회 김종길 시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사고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날 사고는 ‘하이브리드 모터카’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모터카는 디젤엔진과 배터리를 각각 선택해서 운행할 수 있다. 디젤엔진 모드를 선택하면 배터리가 차단된다. 반대로 배터리 모드를 선택하면 디젤엔진이 멈춘다고 한다.

모터카가 수서차량기지로 복귀하던 중 ‘배터리 이상’ 경고등이 점등했다. 작업자는 시동을 껐다 켰으나 동일 현상이 반복돼 ‘엔진모드’로 전환해 운행했다. 이후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며 화재로 이어졌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공사와 소방당국은 모터카를 차량기지로 이동시켜 배터리를 수조에 완전히 담그고 나서야 불을 끌 수 있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운행하는 모터카 57대 중 33대에 리튬 배터리가 들어간다.

김 시의원에 따르면 시민들이 탑승하는 일반 전동차에도 리튬 배터리가 들어간다. 1~8호선 436편성에 484개의 리튬 배터리가 들어가있다. 이 배터리는 전동차 시동을 켤 때, 정전 등 비상시에 전원을 공급한다.

하지만 리튬 화재만을 위한 대응 매뉴얼과 전용 소화 장비가 없는 상황이다. 일반 화재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고 한다.

김 시의원은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최근 서울 지하철에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가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리튬 화재 초기 대응 방안 마련 등 공사의 안전체계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리튬 관련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예방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