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4 북한인권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핵 문제나 북한 체제 전복 등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인권 문제를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3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4 북한인권 심포지움’에 참석한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에는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는 11월에 예정된 UN인권이사회의 제4차 북한에 대한 인권상황 정기검토(URP) 심의·권고에서 다뤄질 주요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열렸다.

백 교수는 1989년 ‘한국전쟁 이후 최대 비합법 사회주의 조직’이라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한 대표적인 ‘운동권 스타'다. 1992년에는 사노맹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까지 선고 받은 전력도 있다. 그럼에도 백 교수는 “운동권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백 교수는 “진보 진영도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이 정상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돕고자 한다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과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과 관련해 백 교수는 “비판을 위한 비판만 지속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무작정 차단할 것이 아니라 인권 관련 대화만큼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와 인권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면 북한에서도 주민 보호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만들어져 전쟁 가능성 자체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200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북한 인권문제 토론회에서 “운동권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 받았다. 그는 “한국은 단기간에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을 살려 진보적 어젠다와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결합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진보 진영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는 모순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 교수는 2015년 7월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실무그룹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으로 임명된 후 2022년까지 부의장·의장을 지냈다. 2016년 6월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통과 이후 납북자 문제 해결 방향’이라는 전후(戰後) 납북자 문제를 다룬 첫 세미나에도 연사로 참여해 “전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