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인도 차량돌진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스키드 마크와 유류물 흔적을 헷갈렸다”고 정정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정용우 교통과장은 3일 오후 기자단을 찾아 “사고 당일 현장에서 가해 차량이 움직이면서 낸듯한 시커먼 자국이 있어서 스키드 마크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갔을 땐 여러가지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었다. 초동 조치로 현장을 채증하는 과정에서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 등 유류물 흔적과 스키드마크를 헷갈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스키드 마크는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증거인데 유류물 흔적과 헷갈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 조사가 장난인가” “9명이 죽었는데 스키드 마크 여부조차 조사하지 않고 브리핑을 한 것이냐”는 등 비난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브리핑에서 경찰은 사고 지점에서 스키드 마크(Skid Mark·타이어 밀림 자국)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정용우 교통과장은 “가해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방지턱이 있는 구간부터 가속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지막 사고지점과 정차지점에서 스키드 마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지 한 시간 뒤 경찰은 “스키드 마크가 아니라 유류물 흔적이 발견된 것”이라며 이를 번복했다. 그러면서 “스키드 마크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흔적은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같은날 오후 5시쯤 기자단을 찾아 “스키드마크는 급발진의 필요충분조건이라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에 남대문서 교통과장이 가해차량 후면 쪽에서 흘러나온 유류물에 대해 처음에 그렇게 (스키드마크로) 생각한 바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장이 머릿 속에 스키드마크에 대한 생각이 남아있는 상태이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상태로 예상하지 못한 질문들을 연속해서 받다보니 압박을 받아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스키드마크는 처음부터 없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 파손으로 인해 내부에서 부동액이나 엔진 오일 등이 도로에 흘러나와 이물질과 섞이면서 블랙박스 등에 스키드마크처럼 보인 것이고 이를 기억한 남대문서 교통과장이 브리핑에서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위해 다음 언론 브리핑에서는 스키드마크 등을 언급한 교통과장을 교체할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