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한 학생이 쓴 추모글귀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추모 공간에 남긴 한 고등학생의 쪽지가 시민들을 울리고 있다. 이 학생은 사망자 대부분이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라며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지난 2일 시청역 사고현장 인근에는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남긴 쪽지가 도로 가드레일에 붙었다.

연습장을 뜯어 남긴 이 쪽지는 쏟아진 비로 인해 군데군데 물에 젖은 상태로, 쪽지 아래쪽엔 흰 꽃도 함께 놓였다.

작성자는 또박또박한 손글씨로 써내려 간 쪽지에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이어 “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라며, 유가족분들도 평화와 안심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며칠째 마음이 먹먹한데 글을 적은 학생의 마음이 참 예뻐 보인다” “추모글에 감사하다는 말은 부적절하지만 학생이 아직 어려 표현이 미숙해서 그랬나보다. 진심이 와닿는다” “글씨체 만큼이나 마음도 예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1일 오후 발생한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9명이다. 사망자 가운데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30~50대 남성으로, 사고 현장 인근에 본점을 두고 있는 시중은행 4명과 서울시청 직원 2명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사고 당일 승진한 은행 직원도 포함됐다. 직원들이 승진 축하 모임을 한 뒤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