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직원에게 무차별 폭언을 퍼부은 아버지와 아들이 1000만원 넘는 돈을 물게 됐다.

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코로나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인 작년 2월 A씨는 경기도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 PCR 검체 채취 업무를 위탁받아 선별진료소 운영팀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어느 날 A씨는 진료소를 방문한 남성 두 명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자 남성 B씨는 “너 뭐야, 이 XXX야. 네가 팀장이야?”라며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B씨는 “넌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 하는 거야”라며 “보건소장 나오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B씨의 아들 C씨 역시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가세했다. 이 같은 소동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소를 방문한 많은 시민 앞에서 30분가량 이어졌다.

검사소 직원들이 밖으로 나와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B씨 부자는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B씨 부자는 결국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 각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받은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으로 병가 휴직을 내야 했다. A씨는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 부자는 재판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B씨 부자의 소송대리인은 “민간에 위탁된 선별진료소 업무는 행정기관의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기에 B씨 등의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과거에도 정신적 질병을 경험했기에 업무에 부적격한 자”라는 논리를 폈다.

반면 공단은 " B씨 등이 있지도 않은 정신 병력을 운운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갑질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공무원들도 생겨나는 만큼 B씨 부자를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전기흥 부장판사는 “B씨 부자가 위자료 500만원을 포함해 모두 82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 부자는 벌금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총 1220만원을 물게 됐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민원인의 갑질로 인한 피해 위자료로 500만원을 인정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