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전국 한우농가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에서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한우법을 제정하라! 사료 가격 즉시 인하하라!”

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강원, 제주,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국한우협회 회원 8000여명(경찰 추산)이 ‘소 키워서 남는 건 소똥뿐’이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채 4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은 전국한우협회에서 한우법 제정, 사료 가격 즉시 인하, 한우 암소 2만 마리 수매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는 ‘한우 반납 투쟁’ 집회가 열리는 날. 참가자들은 뙤약볕 속에서 “정부는 한우법을 제정하라” “정부는 사료값 대책 즉시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병천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우리는 한우 농가를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농가는 반토막이 나 다 죽어가는데 예산 절감 실적 높였다고 신바람 난 정부는 품격이 있냐”며 “우리 아들, 딸, 사위, 며느리에게 농촌에서 한우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초 주최 측은 집회에 전국에서 소 10마리를 끌고 올 계획이었으나 소들은 방역,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 출입을 제지당했다. 주최 측은 대신 소와 크기가 비슷한 소 모형을 트럭에 실어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행진했다. 경찰이 마련한 차단막에 가로막힌 트럭과 간부들이 차단막 앞에 앉아 대치 상황을 이어갔으며 소 모형을 차단막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총 10마리가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목표였으나 오늘 오전 올라오던 일부 소들은 방역 문제로 고속도로에서 돌려보냈고 총 4마리의 소가 서울로 들어와 국회 뒷편 주차장에 있었다”며 “그마저도 경찰·시청·동물 보호 단체 등의 저지로 수도권 도살장으로 보내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라왔던 소 4마리는 오늘 도살돼 그 지역에서 판매될 것”이라며 “타 지역으로 옮겨가면 바이러스 등의 문제가 있어 그 지역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일 전국한우협회가 '한우 반납 투쟁'을 위해 몰고 온 소 한 마리가 서울 여의도의 한 주차장에 머물고 있다. 협회 측이 몰고 온 소들 중 일부는 이날 수도권 인근 도살장으로 옮겨졌다./전국한우협회 제공

농민들이 집회에 소 떼를 끌고 와 정부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한우 반납 집회가 열리는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 2012년 1월에도 한우협회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집회를 열고 전국에서 소떼를 몰고 와 정부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중앙회장, 각 도지회장, 축협 조합장 등 12명의 협회 간부진들이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들은 ‘한우가격 연동제’ ‘한우 예산 확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목에 걸고 머리를 밀었다. 나무로 만든 우사(牛舍) 모형을 사료로 부수는 ‘박살식’을 거행해 높은 사료값, 한우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집회 전에는 어기구·이개호 의원 등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찾았고 일부 의원들은 한우법을 제정하겠다며 참가자들에게 큰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