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뉴스1

지적장애인을 가스라이팅해 건물주를 살인하도록 교사한 40대 모텔 주인이 1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살인교사 및 준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모텔 주인 조모(45)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김씨에게 상당 기간에 걸쳐 A씨를 험담해 A씨에 대한 적대감을 심고, 결국 지적장애를 가진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도록 직간접적으로 교사했다”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모텔 감시카메라 영상을 삭제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의 주차 관리원 김모(34)씨에게 80대 건물주 A씨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영등포 인근의 재개발 방식과 관련해 A씨와 갈등을 빚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의 지시를 받은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A씨 소유 건물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의 목 부위를 찔러 살해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조씨는 지적장애인인 김씨가 A씨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수차례 심리적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가족의 버림을 받고 떠돌던 김씨에게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며 자신과의 유대감을 조성하는 반면 “A씨가 너를 욕했다”며 김씨와 A씨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했다.

또 A씨가 누구와 만나는지 등을 조씨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무전기를 구입해 A씨의 사무실 동선을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범행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조씨는 김씨에게 무전기 사용법과 칼로 찌르는 방법을 연습하게 했다. 범행 장소의 폐쇄회로(CC)TV의 방향을 일부러 돌려놓게 하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 방법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지적장애인인 김씨의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해 거짓말로 이간질하고 돈을 가로챈 혐의(준사기)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조씨는 김씨가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게 하고, 김씨에게 5450여만원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그는 김씨에게 객실을 제공하지 않고도 월세 명목으로 1570여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씨의 지적장애를 악용해 모텔에서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은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는 장애인 수당도 김씨의 월세 명목으로 편취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김씨를 이용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살해 범행 하도록 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김씨에 징역 40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