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뉴시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낸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일방통행 길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인근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오전 10시 기자단 브리핑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는 그 부근 지역에 대한 지리감이 있으나 직진과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차씨가 일방통행 도로인 사실을 인지하고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류 서장은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류 서장은 “주변 12개소의 CCTV영상, 차량 4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로교통공단 등 전문감정기관과의 합동 현장조사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차량 동승자 김모씨를 포함, 부상자들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이 과정에서 사고 원인을 추정할만한 증언은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이 확보한 가해 차량 블랙박스에서도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을만한 음성은 확보되지 않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차량 속도가 계속 올라갔으며 운전자가 클락션을 울리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찰은 오는 10일 차씨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차씨에 대한 1차 조사는 지난 4일 서울대병원 병동에서 이뤄졌다. 차씨는 자신이 운전한 차량이 사람을 치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관적으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씨가 역주행 진입을 인지하고 빠져 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 버스 운전기사인 차씨가 습관적으로 버스 브레이크를 밟듯 차량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도 포함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거나, 차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과수 차량 감정 결과에 따라 차씨의 과실 여부 또한 밝혀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