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11일 새벽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1010만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11일 새벽 갑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놨다. 폭행, 협박, 성범죄, 돈 문제가 엮인 쯔양의 이야기를 접한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숨기고 싶었다”던 쯔양은 왜 눈물을 흘리며 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 걸까.

◇가세연 “렉카연합, 쯔양 과거 협박 뒷돈”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 올라온 2023년 2월 20일 이뤄진 유튜버 구제역과 전국진의 통화 내용. /유튜브

이 사건이 처음 공론화된 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통해서였다. 10일 ‘[충격단독] 쯔양 과거 폭로 협박 뒷돈 (feat. 렉카연합)’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버 김세의는 “(유튜버) 구제역이 모든 통화 내용을 다 녹음한다”며 1만7000개의 통화녹음 중 일부를 공개했다. ‘사이버 렉카’(렉카)는 견인차가 교통사고 차량을 먼저 차지하려고 경쟁하듯 인터넷에서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버들을 말한다.

2023년 2월 20일 유튜버 구제역‧전국진 통화 내용 일부
구제역 “비교가 안 돼. 이번 거는 터트리면 쯔양 은퇴해야 돼.”
전국진 “그냥 몇천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
(중략)
구제역 “내가 봤을 때 이건 2억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현찰로.”
전국진 “좋지 좋지.”

가세연이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구제역과 또 다른 유튜버 전국진은 쯔양이 ‘ㅇㅇ 출신’이라며 과거를 빌미로 돈을 받자고 협의했다. 그로부터 4일 후 두 사람의 새로운 통화가 이뤄졌다.

2023년 2월 24일 유튜버 구제역‧전국진 통화 내용
구제역 “총 1100을 받았고.”
전국진 “쯔양 측에서요?”
구제역 “아직 받은 건 아니고 받기로 했고, 국진님도 제가 조금 이렇게 해서 챙겨 드릴게요.”

구제역은 “(처음에는) 3억을 부르려고 했는데, 차마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 했다. 구제역이 들은 녹음 내용에는 쯔양의 전 대표가 “너 한 번만 더 나한테 반항하면 임신시켜버릴 거야” 등 쯔양을 협박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구제역은 “그걸로 (쯔양이) 13억 뜯겼다”며 “이런 상황에서 3억을 달라는 게 좀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저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했다.

구제역은 쯔양 측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인 300만원을 전국진에게 주기로 하고, 쯔양 관련 영상은 제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다만, 구제역이 쯔양 측으로부터 실제로 받은 돈은 5500만원이었다고 가세연은 전했다.

◇쯔양 “4년 동안 협박, 돈 갈취당했다”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법률대리인이 11일 라이브 방송에서 쯔양이 폭행당했다는 증거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쯔양은 가세연 방송이 나온 직후인 11일 새벽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했다.

쯔양은 대학 휴학 중 만나게 된 전 남자친구 A씨에 대해 “몰래 찍은 불법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우산 등의 둔기로 폭행하기도 했다”며 “자신이 일하던 술집으로 데려가 ‘앉아서 술만 따르면 된다’며 강제로 일을 하게 했다. 그때 번 돈도 A씨가 모두 빼앗아 갔다”고 했다.

쯔양은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먹방을 시작했다. 그는 “(방송을 시작한 후에도) 거의 매일 맞았다”며 “방송이 커져서 잘 되기 시작하자 A씨가 소속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방송 시작한 지 5년이 됐는데, 그중 4년 동안 매일 같이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쯔양의 법률대리인도 방송에서 A씨가 쯔양 지인에게 보낸 협박 메시지,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 폭행으로 인한 상해 증거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쯔양 측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은 정산금 청구, 전속계약 해지, 상표출원 이의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으로 (A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을 예상하는 상황이었다”며 “다만 이후 A씨는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고, 결국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형사 사건은 종결됐다”고 했다.

◇ ‘협박 의혹’ 구제역도 해명 나서... “쯔양 곁에서 잊힐 권리 위해 노력”

유튜버 구제역. /유튜브

쯔양의 새벽 라이브 방송 이후 그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지목된 일명 ‘렉카 유튜버’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그중에서도 통화녹음이 공개된 구제역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았다.

그러자 구제역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하늘에 맹세코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으며 쯔양의 곁에서 잊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제가 어쩌다, 어떤 경로로 쯔양의 아픈 상처를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전 소속사 대표였던 A씨가 최후의 발악을 어떻게 했는지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부끄러운 돈 받지 않았고 부끄러운 행동 하지 않았다”며 “하루만 기다려 달라. 언제나 그랬듯 끝까지 가면 제가 다 이긴다”고 했다.

◇구제역의 통화 녹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나

유튜버 김세의는 “구제역이 안 좋은 루트로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맡기는 일이 있었다”며 “그 일로 인해 구제역의 핸드폰에 어떠한 녹음이 있었는지 다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

구제역은 “불법적으로 탈취한 음성 녹취를 들었다면 쯔양과 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전부 알고 있을 텐데도 자기 해명을 위해 쯔양의 아픈 상처를 만천하에 폭로해 버린 버러지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 “정의 추구한다던 이들의 민낯”

유튜버 '카라큘라'. /유튜브

이 내용이 밝혀진 후 온라인에서는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가세연 영상에서 거론된 소위 ‘레카 연합’이 그간 ‘나쁜놈’들을 공개 저격하고, 정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으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피해자인 쯔양의 과거를 협박해 돈 받아먹은 게 사람이냐” “쯔양 전 대표도 대표지만, 그걸로 돈 받은 렉카 유튜버들도 진짜 별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구독자 126만명을 보유한 ‘카라큘라 미디어’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반응이 빗발쳤다. 그간 카라큘라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등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전 여자친구를 고소한 농구선수 허웅이 해당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세연이 공개한 통화 녹음에 따르면, 카라큘라는 구제역에게 “유튜브 입장에서 쯔양이 얼마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쯔양 건드리는 순간 네가 제1 타깃”이라고 했다. 구제역은 “형님이 보기에는 그냥 엿바꿔 먹어라? 형님 입장에서는 엿바꿔 먹는 게 낫다?”라고 물었고, 카라큘라는 “나라면 절대 안 하지. 채널을 지켜야지. 쯔양 터트리고 너 채널 날아가면 뭐 할 거야?”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카라큘라는 11일 “마치 제가 무슨 사적제재로 뒷돈 받아먹은 사람이 되어있다”며 “누군가 의도적인 조직적 음해 공작인 건지, 지금부터 저랑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죠?”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제 두 아들을 걸고 유튜버로서 살며 누군가에게 부정한 돈을 받아먹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