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오 시장은 이날 “이재명 전 대표의 기본 소득은 돈 쓰는 얘기밖에 없는 최악의 선동질로 결국 청년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호 기자

최초의 4선 서울시장으로 임기 반환점을 돈 오세훈 시장을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1년 반 전 신년 인터뷰 때보다 머리를 짧게 깎았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앉자마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발표한 당대표 출마 선언문 얘기를 꺼내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출사표를 보니 기본 사회, 기본 소득, 기본 교육, 기본 주거까지 나오더라. 집도 줄 판이다. 그게 결국에는 다 청년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이건 ‘세대 간 정의(正義)’를 심히 위태롭게 하는 출사표다. 청년들이 분노해야 한다. 현재는 청년 100명이 노인 40명을 부양하지만 2058년에는 청년 100명이 노인 100명을 부양해야 한다. 돈 쓰는 얘기밖에 없는 최악의 선동질이라고 생각한다. 선동을 막고 돈 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의 ‘안심 소득’과 이 전 대표의 기본 소득이 비슷한 것 아닌가.

“기본 소득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오히려 양극화를 강화한다. 반면에 안심 소득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많은 돈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 제도 등 정부의 다른 소득 보장 제도와 충돌하지 않는지 정합성(整合性) 연구도 하고 있다. 중복되는 제도들을 통폐합하면 돈도 많이 안 들어간다. 복지 공무원 수도 줄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중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정당을 만들고 형식적으로 투표를 한다. 반면에 우리 당은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문자 얘기뿐이다. 이미 국민들이 알 건 다 안다. 판단이 다 섰다. 그만하면 좋겠다.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10년 뒤 20년 뒤를 논의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오 시장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되는 사람이 경쟁자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관계 복원, 원전 생태계 복원 등 큰 줄기는 잘 잡았는데 정교함이 문제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수사하고 비리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고 추진했어야 했다. 그렇게 추진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 아쉽다. (중국의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테쉬(알리·테무·쉬인)’ 사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조용히 매주 안전성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거칠게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아무 일도 못 하게 됐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11년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사퇴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지금이라면 참겠다. 그때는 서울시의회가 8대2였다. 민주당이 8이었다. 지금은 거부권이라도 행사하지 그때는 ‘식물 시장’이었다. 무상 급식을 안 할 자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만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좀 더 버틸걸 싶다. 그랬으면 (박원순 전 시장의) ‘유턴’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오세훈법’ 때문에 정치가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후회 없다. 덕분에 우리나라가 적어도 정치자금에 있어선 선진국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후원금 액수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2021년 보궐선거로 복귀해 3년이 지났다. 서울의 가장 큰 변화는 뭔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관변 단체들을 물갈이해 직업 공무원 체제를 되찾았다. 박 전 시장은 뭐든지 보존, 재생하려고 했다. 그래서 10년간 서울시 하드웨어는 변화가 없었다. 재건축·재개발이 멈춰 주택 공급이 경색됐고 집값이 뛰었다. 그런 상황도 해소하고 있다. 새로 시작한 정책들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광화문광장 100m 태극기가 논란이 됐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상징이 없다. 그 상징이 태극기라고 생각한다. 높이, 크기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하면 된다. 여론을 수렴해서 할 것이다. 디자인 설계도 공모할 것이다. 태극기 게양대 아랫부분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고 6·25전쟁 참전 용사와 순국선열들의 이름을 계속 게시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그러면 외국인도 찾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역사의 상징이지 국가의 상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착이 가는 정책은.

“시민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손목닥터9988′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120만명이 쓰고 있다. 시민들이 걷고 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획기적인 생활상의 변화다. 전 세계 대도시 중 최초다. 이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국민들이 건강해지고 건강보험 재정도 개선될 것이다.”

-개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하드웨어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다. 상하수도 시스템 등 세계적인 수준이다.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만 남아 있다. 소프트웨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남은 2년간 주력할 일은.

“‘일상 혁명’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이미 세계 상위권이지만 삶의 질 순위는 아직도 중상위권이다. 서울 곳곳에 녹지를 만들고 (규제를 풀어 일자리와 주거, 여가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개념을 적용한 도시 계획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겠다. 출퇴근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시민들에게 ‘이 약속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게 있다면.

“국가의 지속 가능한 번영은 기업과 기술이 한다. 그게 잘되려면 인센티브(보상)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오작동하게 만들려는 정치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이 전 대표가 얘기하는 기본 사회의 본질은 이 인센티브 시스템을 망가뜨려 오작동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를 막아내는 전사(戰士)가 되려고 한다.”

-지금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

“(머뭇거림 없이) 양극화 해소다. 그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세훈은

1961년생으로 서울 대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중앙 정치에 입문했다. 45세였던 2006년부터 서울시장을 맡았으나 2011년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사퇴했다. 2021년 보궐선거 때 서울시장으로 복귀해 우리나라 최초의 4선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