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했다고 주장한 A씨의 영상. /유튜브

36주 된 태아를 낙태했다는 임신 중절 수술 브이로그(V-log·일상 기록 영상)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사례인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제의 유튜브 영상 속 만삭 임신부 A씨와 낙태 수술을 진행한 의사 B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낙태 수술 과정을 담았다.

여기에서 A씨는 “3월쯤 생리가 길게 멈춰 산부인과를 갔을 때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해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며 “‘그냥 살이 많이 쪘구나’ 생각하다 뭔가 이상해 병원을 갔고 내과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당일 수술에 들어갔다며 그 직전 초음파 검진에서 나온 태아 모습을 공개했다. 임신 36주 차, 태아의 머리 크기는 직경 8.89㎝ 정도였다. A씨는 수술 후 “걸을 때마다 배가 불타는 거 같고 칼로 찢기는 기분”이라며 회복 중 겪은 고통과 불편함을 전하기도 했다.

영상은 “살인을 저지른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불렀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이후 A씨가 올린 근황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 “낙태 영상은 사실이 아닌 주작(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차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A씨는 유튜브 채널명을 바꾸고 평범한 일상 영상을 올리고 있다. 낙태 영상도 삭제된 상태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낙태 사건과 다르게 무게 있게 수사할 생각”이라며 “(임신) 36주 정도가 되면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의견과 구체적인 낙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학설과 판례가 낙태를 살인죄로 인정하지 않지만, 종합적으로 수사해 적용할 법조와 죄명을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우선 A씨와 B씨에 대한 신원을 특정하는 등 기초 사실 확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과거 형법상 낙태를 하게 한 임산부나 낙태를 한 의사 모두에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낙태죄가 없어진 상태다. 당시 헌재는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완료할 것을 주문했지만 지금까지 새 법이 마련되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다.

단 모자보건법 시행령은 임신 24주 이내의 경우에만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 됐을 때, 임신 유지가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등을 허용 사례로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