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브이로그'로 논란이 된 유튜버가 만삭 사진이라 주장하며 공개한 모습. /유튜브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가 자신의 콘텐츠는 물론, 계정까지 삭제했다.

17일 오전 현재 낙태 브이로그를 올렸던 유튜버 A씨가 지금까지 올렸던 모든 동영상이 삭제됐고, 계정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A씨가 콘텐츠를 모두 삭제한 건 경찰이 이 사건에 관한 수사에 나섰으며, 의사 단체가 사실이 아니어도 강력하게 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까지 낸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된 '36주 낙태 브이로그' 영상이 삭제됐다./유튜브

앞서 A씨는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꼼죽’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낙태 브이로그(일상 영상)’를 올렸다.

A씨는 영상에서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당일 수술에 들어갔다며 그 직전 초음파 검진에서 나온 태아 모습을 공개했다. 임신 36주 차, 태아의 머리 크기는 직경 8.89㎝ 정도였다. A씨는 수술 후 “걸을 때마다 배가 불타는 거 같고 칼로 찢기는 기분”이라며 회복 중 겪은 고통과 불편함을 전하기도 했다.

영상은 “살인을 저지른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불렀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이후 A씨가 올린 근황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 “낙태 영상은 사실이 아닌 주작(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A씨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기에 접어든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A씨는 영상에서 생리가 멈춰 병원에 갔는데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 영향이라고 해서 임신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A씨가 만삭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스키니진이 임산부 복장으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고, A씨 복부가 튼살 없이 매끈한 것도 날조의 근거로 봤다. 이외에도 낙태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을 올렸다는 점, 태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 등등의 이유로 주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A씨는 낙태 영상을 삭제한 후 유튜브 채널명을 바꾸고 평범한 일상 영상을 올렸다.

'36주 낙태 브이로그' 논란 이후에도 일상 영상을 올린 유튜버 A씨. /유튜브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34주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판례를 참조해 A씨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해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6일 “임신 36주차에 뒤늦게 임신을 알고 수술을 받았다는 한 유튜버 영상 내용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태아 살인’이란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기에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임신 36주 상태에서 임신중절수술을 감행한 의료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경우 이는 유튜브를 이용한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거짓 사실로 국민을 호도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이므로 엄중하게 처벌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