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상허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치료매개견 도담이와 있는 모습/건국대

“도담이. 언니 안아줘. 옳지. 귀엽다 우리 공주!”

16일 오후 건국대 상허도서관 1층. 책장이 있어야 할 복도 자투리 공간에 몸무게 27㎏ 강아지 도담이(7)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울렸다. 핑크색 리본과 꽃무늬 스카프를 매고 마치 학생처럼 익숙하게 도서관에 들어온 도담이는 건국대가 초청한 치료매개견. 이곳에선 매주 학업과 취업에 지친 대학생들이 강아지를 쓰다듬거나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해피 타임’ 행사가 열린다.

동물과의 교감(交感)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동물매개치료’가 인기다. 대인 관계와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남녀노소 모두가 치료 대상이다. 공격성이 적고 사회성이 좋은 강아지, 조랑말, 기니피그, 토끼 등이 활용된다. 이날 건국대를 찾은 도담이는 사회성 훈련과 둔감화 훈련을 거쳐 한국인간동물상호작용연구회의 치료매개견 인증 평가를 받았다. 도담이는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한 성격의 리트리버와 푸들의 믹스견이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상허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치료매개견 도담이와 있는 모습/김나연 인턴기자

해피 타임 행사가 열린 2평 남짓한 공간에는 15명의 대학생·대학원생 참가자들과 훈련사, 도담이가 있었다. 2시간의 짧은 시간 내내 이들은 “귀엽다. 예쁘다”를 연신 말했다. 도담이에게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씌운 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도담이의 특별한 개인기는 ‘안아줘’. 두 팔을 벌리고 안아달라고 하면 사람 폼 안에 쏙 안긴다.

지친 얼굴의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나자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도서관을 나왔다. 건국대 기계항공학부 4학년 이승연(26)씨는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신청했다”며 “강아지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트레스가 풀려 자기소개서를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응용통계학과 석사과정 정수진(25)씨는 “지난달 행사는 신청이 이틀 만에 마감돼 못 왔는데, 오늘 행사는 기다렸다가 신청 링크가 올라오자마자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신청 5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고 한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상허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치료매개견 도담이와 있는 모습/건국대

미국 대학교엔 이미 치료를 위한 라이브러리 독(Library dog) 문화가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 카운트웨이 도서관 1층에는 학업에 지친 학생들을 위한 치료용 강아지와 기니피그가 있다. 하버드대는 라이브러리 독을 소개하면서 “번아웃(burnout·극도의 피로)과 스트레스,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반려동물 치료를 제공한다”고 했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수의학과)는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모인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강아지와 교감하면 사랑을 느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늘어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로 증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 내품애센터에서 동물 치료를 하는 모습/서대문구

이같은 동물 치료는 대학뿐 아니라 관(官)에서도 한다. 서울 서대문 내품애센터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동물매개치유를 시작했다. 서울문화예술대학교와 협업해 매주 화요일은 경증 치매 노인을, 수요일은 젊은 층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물매개치유교실을 운영한다. 박성철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반려동물학과)는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는 것으로도 경증 치매 노인들의 인지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매개견은 사람을 좋아하는 견종”이라며 “매개치유는 사람 뿐 아니라 강아지도 행복하게 만든다”고 했다.

노인들이 조랑말을 쓰다듬는 홀스테라피를 하는 모습/한국마사회

강아지 대신 조그마한 조랑말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공원은 조랑말을 활용한 ‘홀스테라피’를 제공한다. 원래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대상이었는데, 입 소문을 타며 대상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엔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을 대상으로, 이번 달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이 대상이다. 이 행사에 참가한 소방공무원 가족들은 “귀여운 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PTSD로 인한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마사회 부산운영지원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처럼 우리 사회를 위해 노력하지만,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홀스테라피를 하는 모습/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