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자기 정체를 숨기고 새벽에 여성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속옷 선물을 배달보낸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스토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재판장 조은아)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2월 오전 4시 26분쯤 자신이 다니던 스포츠시설을 운영하는 B씨에게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생일을 몰래 축하하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새로 개설해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은 채 문자를 보냈다.

닷새 뒤엔 오전 2시 58분쯤B씨에게 “그날 생일은 잘 보내셨나요? 오늘 오후 복도를 확인해보세요~ 예쁘게 입으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여성 속옷 세트를 B씨 자택으로 배달했다.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생일을 몰래 축하해주고 싶었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메시지와 속옷을 보낸 행위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1회에 불과하므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한 일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B씨는 숙면을 취할 깊은 새벽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 받았고, 메시지에는 나이와 생일 등 본인의 사적인 정보가 담겼다”며 “자신을 밝히지 않은 채 속옷 선물을 주는 행위는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며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나아가 이 같은 행위가 단기간 내 지속되거나 반복됐으므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