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 후보들에게는 PPT 등의 자료를 제출받은 반면, 홍명보 감독에게는 자료를 요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그것(자료)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며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최종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은 대면 면담으로 한국 대표팀에 대한 분석 등을 평가받은 반면, 홍명보 감독은 그러한 평가 과정 없이 프리패스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외국 감독들과는 유럽 면담 일정이 순조롭게 잡힌 반면, 홍명보 감독의 경우 면담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직접 면담해보니 외국 감독들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만약 홍명보 감독과 면담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두 명 중 우선순위에 오른 감독과 계약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고 했다.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자료도 제시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면담으로 평가를 마무리한 것은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 있고, 성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축구협회는 한 감독은 표지 포함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표지 포함 16페이지의 PPT자료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내 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축구협회는 “또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며 “세부적 상황과 관점에서 최종 3명의 장단점이 평가된 것이지, 면담 방식이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 전경. /뉴스1

축구협회는 “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면서도 “규정에 없는 상황들(△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잔여 역할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사퇴할 시 △전력강화위원들 중 일부가 동반 사퇴할 시 등)에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첫째, 모든 상황에 대비한 규정이 미비했다는 점, 둘째, 전력강화위원회 참석 위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관련규정을 설명하지 못해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들”이라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규정을 세밀히 보완하고 차기 전력강화위원회 출범 시에는 위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철저히 시행하고자 한다. 협회의 세심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결별한 뒤 5개월간 새 감독을 물색하다가 지난 7일 프로축구 울산 HD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이유로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이천수 등 홍명보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축구계 인사들도 공개비판에 나서 논란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