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근로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흘이 지난 4일 찍은 사진이지만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덕훈 기자

지난 1일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언제 같은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차 주차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주민들 간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 2일 ‘전기차를 지상에만 주차하도록 하자’는 안건을 놓고 긴급 주민 회의가 열렸다. 주민 40여 명이 모였는데 주민들끼리 멱살잡이까지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앞서 단체 카톡방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전기차 차주 A씨는 “전기차 차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아파트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주민이 있어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줘가며 친환경차로 전기차를 보급했는데 이제는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회의를 거쳐 지하 1~3층에 있는 전기차 충전 구역을 지하 1층 입구와 지상으로 옮기고, 전기차는 당분간 주차장 신규 등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파트도 입주민 토론회를 했는데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주민들과 전기차 차주들이 드잡이까지 해 경찰이 출동했다’ ‘흥분한 전기차 차주가 욕설을 하는 입주민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려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최근 지은 아파트 단지들은 고민이 더 많다. 단지 지하에 통으로 대형 주차장을 만드는 대신 지상에 주차 공간을 거의 두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폭발하면 주차장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찰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장 지상에 전기차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전기차 차주 박지웅(38)씨는 “우리 아파트는 아예 지상 주차장이 없어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댈 수밖에 없다”며 “출고한 지 몇 달 안 된 차를 팔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