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에 대한 추가 합동 감식이 8일 진행된다.

7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등은 8일 오전 10시 30분 인천 서구 당하동의 한 정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5일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첫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추가 감식을 위해 불이 난 벤츠 EQE350 전기차를 서부경찰서로 옮겨놨다.

경찰은 감식에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벤츠 차량의 배터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16분쯤 주차된 이 차는 59시간 뒤인 1일 오전 6시 15분쯤 연기를 뿜어내며 불에 탔다. 때문에 배터리 내부 분리막 손상 등으로 불이 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차주로 알려진 40대 남성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차량 정비와 충전 이력, 화재 발생 전 행적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당시 화재 소식을 듣고 대피했다가 차량 소유주를 확인하던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차에서 처음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화재 차량 제조사인 벤츠 측에도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자료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화재 당시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인천소방본부는 스프링클러 작동 기록 등이 저장돼 있는 지하 주차장 화재수신기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가 나오면 스프링클러가 고장에 의해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인위적인 방법으로 물 공급이 안 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 당국은 관련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는 ‘준비작동식’ 설비로 확인됐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불이 났을 때 2개 이상의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면 배관에 물이 공급돼 소화수가 분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방 측은 “이 방식은 평소엔 소방수 배관에 물이 없어 누수나 동파 위험성은 적지만 감지기나 화재 수신기 등에 하자가 있을 경우 물 공급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화재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량용 질식소화 덮개’를 인천 지역 모든 아파트단지에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천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인천 지역 1680여 개 모든 아파트 단지에 ‘차량용 질식소화 덮개’를 보급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질식소화 덮개 보급을 애초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보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질식소화 덮개 보급을 위한 예산은 약 24억 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불연성 재질인 질식소화 덮개는 불이 난 차량 전체를 덮을 수 있다. 공기 유입을 차단해 화재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걸 예방하고, 유독가스 배출을 막는 역할도 한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시작됐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아파트에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 800여 명은 인근에 마련된 대피소 10곳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