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관들이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화재로 전소된 벤츠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건 아파트 관계자가 임의로 설비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라는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천소방본부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화재 방재실에서 화재 수신기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화재 초기 아파트 관계자가 ‘정지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막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직후인 1일 오전 6시 13분쯤 연기와 열 등을 감지하는 아파트 주차장 센서에서 화재 감지 신호가 발신돼 방재실의 화재 수신기로 전달됐다.

정상적이라면 화재 수신기가 자동으로 신호를 보내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밸브가 열리도록 제어하는데, 당시 근무 중이던 아파트 관계자가 밸브가 열리지 않도록 정지버튼을 눌렀다는 게 소방 당국 설명이다.

5분 뒤인 6시 18분쯤 정지버튼이 해제됐지만, 해제 2분 전인 6시 16분쯤 수신기와 밸브 간 신호를 전달하는 중계기 선로가 고장을 일으켜 밸브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화재가 확산하면서 중계기 선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처음 발생한 주차구역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화재 전엔 작동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으로, 2개 이상 센서에 화재가 감지될 경우 밸브를 열어 배관에 물을 공급해 뿌린다. 평상시 배관에 물이 차 있지 않아 누수나 동파 위험은 작지만, 센서에 문제가 생기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아파트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면 5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