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며 서울시가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9월 말까지 준칙을 개정한다. 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용품이 구비된 모습. /뉴스1

서울시가 배터리를 꽉 채운 전기차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도한 배터리 충전으로 인한 화재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9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만들었다.

우선 다음 달까지 ‘공동주택 관리 규약 준칙’을 개정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배터리를 완전히 채운 전기차가 출입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관리 규약 준칙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가 관리 규약을 만들 때 참고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기준은 90%다. 배터리 용량의 90% 이하로 충전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댈 수 있도록 권고·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전기차 제조사와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사들은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아무리 오래 충전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의 95~97%만 전기가 차도록 하는데, 이 설정값을 90%로 낮추자는 것이다. 그러면 차주가 ‘완충’하더라도 배터리의 90%까지만 충전된다.

서울시는 제조사가 이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인증 스티커를 붙이도록 할 계획이다.

급속 충전기 설정도 바꾼다. 다음 달부터 공영 주차장 등 공공 시설의 급속 충전기를 배터리의 80%까지만 충전할 수 있게 바꾼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의 80%가 차면 자동으로 충전기 전원이 꺼지게 만든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민간 시설의 급속 충전기도 바꿔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는 10월까지 ‘서울시 건축물 심의 기준’을 개정해 신축 건물은 지상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지상과 가까운 지하 1층에 설치할 수 있다. 전기차 주차 구역에는 불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격리 방화벽’을 세우도록 한다.

이날 서울시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전기차 화재 대부분은 주행 중이나 주차 중에 발생한다”며 “테슬라 등 해외 제조사들이 서울시 정책에 따라 배터리 설정값을 바꿀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우선 과도한 충전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소방 당국은 당시 누군가가 스프링클러 밸브를 잠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센서 2개 이상이 열과 연기 등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관에 물을 공급해 뿌린다.

소방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오전 6시 13분쯤 센서가 화재를 감지해 아파트 방재실의 화재 수신기 벨이 울렸지만 누군가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5분 뒤 누군가 정지 버튼을 다시 눌러 밸브를 열었지만 그때는 방재실과 밸브를 연결하는 중계기 선로가 고장 나 밸브가 열리지 않았다고 소방은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로 선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방재실 직원이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리자 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보안 카메라 영상 등을 보고 뒤늦게 스프링클러를 가동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