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카카오 측에서 SM을 인수하기 위해 경쟁 중이던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를 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카카오 신화’의 주인공 김범수 창업주와 K팝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뻗치는 SM과 하이브가 얽힌 이 사건. 어려운 용어들 탓에 복잡해 보이는 사건을 쉽게 풀어보자.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와 카카오 주가 조작의 연관성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부터), 이수만 전 SM 총괄프류듀서, 이성수 전 SM엔터테인먼트 사장,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조선일보DB

Q.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를 무산시키려고 SM 주가를 조작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A. 회사를 인수‧합병(M&A)해서 경영권을 취득하려면, 그 회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주식 취득 수단 중 하나가 ‘공개매수’인데, 불특정 다수가 보유한 상장회사 주식을 ‘주식시장 밖’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개매수를 하려면, 얼마에 사들일지 가격을 미리 공표해야 합니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식시장의 주가보다 낮다면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겁니다. ‘주식시장 안’에서 파는 게 더 이득일 테니까요. 이러면 공개매수가 무산되고 M&A도 실패하겠죠.

하이브는 SM의 주식을 1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검찰에 의하면, 카카오 측은 공개매수 기간 SM 주가가 12만원보다 높게 형성되도록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그 결과, SM 주식을 12만원에 넘기겠다는 주주가 별로 없었고, 결국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는 실패했습니다.

Q. 주가조작을 하면 ‘개미’로 불리는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카카오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봤나요?

A. 지난 9일 기준 SM 주식은 1주당 6만8200원에 거래가 종결됐습니다. 만약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여 1주당 12만원에 SM 주식을 매도했다면, SM 주주들은 지금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었을 겁니다. 향후 카카오의 주가조작이 재판에서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SM 주주들 입장에서는 ‘카카오 때문에 주식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해 봤다’는 불만을 쏟아낼 수 있습니다. 집단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겁니다.

◇카카오 창업주를 구속까지 몰고 간 혐의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본사. /뉴스1

Q. 카카오 측에서는 SM 인수전의 경쟁자인 하이브를 견제하려던 것으로, 김범수 위원장을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A. M&A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주가조작 등 위법한 수단을 써서는 안 됩니다.

검찰 수사 결과 카카오 측은 공개매수 초반(20203년 2월 16~17일)과 종료 시점(2023년 2월 27~28일)에 ▲주식 고가 매수 주문 ▲주식 물량 소진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주가 조작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개매수 초반과 종료 시점에 주가조작이 집중되었다는 점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공개매수에 응할 것인지 결정하려면 공개매수 초반과 종료 시점의 주가가 중요합니다. 공개매수가 시작됐는데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주가가 뛴다면, ‘일단 두고 보자’라면서 주식을 팔지 않을 테니까요. 공개매수 종료 시점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Q. 김범수 위원장에게 또 다른 혐의도 있다고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이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고 주식시장에 공시해야 합니다. 기존 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일반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규제입니다.

그런데, 카카오 측은 이러한 주식 대량 보유 상황 보고‧공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외견상 카카오와 무관해 보이는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을 사는 등 은밀하게 SM 주식을 매집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 대량 보유 상황 보고‧공시 의무 위반으로, 자본시장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면,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법원에서 김범수 위원장 등 카카오 인사 3명을 구속한 것은 이를 고려한 것입니다.

◇검찰은 왜 카카오가 주가조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나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의 모습. /뉴스1

Q. 카카오는 왜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위험한 선택을 한 걸까요?

A. 카카오 측에서는 하이브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는 방법으로 하이브를 견제할 수도 있었습니다. 가령 하이브가 1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표했다면, 카카오는 1주당 13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표하는 겁니다. 맞불 작전인 거죠. 이를 ‘대항 공개매수’라고 부르는데, 자본시장법에 따른 적법한 견제 수단입니다.

여기서 SM의 기존 대주주 이수만씨가 등장힙니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직전인 2023년 2월 7일 SM 신주 인수 등의 방법으로 SM 지분 약 9%를 1주당 9만1000원(총액 약 2160억원)에 취득합니다.

다음날 이수만씨는 카카오 측의 이러한 신주 인수 등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기존 주주의 의사에 반하여 ▲기존 주주가 아닌 카카오 측에 SM 신주를 배정한 것은 ▲기존 주주의 회사 지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그해 3월 3일 이수만씨의 손을 들어줍니다. 카카오 측의 SM 신주 취득이 무효가 된 것입니다.

검찰은 이 가처분 소송 때문에 카카오가 주가조작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2023년 2월 10일~3월 1일)에 ‘대항 공개매수’를 하면 카카오 측의 SM 지배권 취득 목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합니다. 기존 주주의 지배권을 침해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싼 9만1000원에 SM 주식을 산 것도 무효가 됩니다.

다시 말해, 가처분도 이기고 하이브도 막기 위해 주가조작을 선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