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에서 흰색 실이 나왔다며 손님이 보낸 사진. /'아프니까 사장이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 후 “이물질이 나왔다”고 속여 상습적으로 식비를 환불받은 20대 연인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20대 남녀를 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부산지역 요식업 자영업자에게 이물질이 나왔다고 속여 음식값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한 자영업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3월 “어제저녁 손님이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환불해 줬다”며 “나중에 문자내역을 보니 두 달 전에도 제가 다른 브랜드에서 일할 때 이물질 나왔다고 연락을 주고받았던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A씨는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이물질이 나온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며 “혹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오피스텔 14층인데, 같은 경험을 한 사장님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ㅇㅇ 오피스텔이냐? 거기 조심하셔야 한다. 저한테는 나뭇가지 나왔다고 하던데, 사장님은 뭐 나왔다고 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저도 1월에는 작은 나뭇가지였고, 이번에는 굵은 실이었다”며 “아무래도 상습범 같다”고 답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환불을 요구한 손님의 휴대전화 번호를 맞추며 “저는 흰색 짧고 굵은 실이라고 했다. 수거해서 아직 안 버리고 냉동실에 넣어놨다”고 했다.

배달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음식값을 돌려받은 20대 연인이 음식점 사장들에게 보낸 사진. /JTBC '사건반장'

A씨는 20명 넘는 이들로부터 “똑같이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A씨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손님의 정보를 취합한 결과, 배달지에 사는 연인이 상습적으로 ‘실이 나왔다’며 환불 요구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A씨를 비롯해 피해 업주 40여 명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연인 사이인 20대 B씨와 C씨는 133회에 걸쳐 식비 300여만 원을 환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낙곱새, 족발, 김치찌개, 삼겹살, 피자, 마라탕, 토스트, 타코야끼 등 다양한 음식을 시킨 이들은 직접 이물질을 넣고 사진을 찍은 뒤 자영업자에게 보여줘 환불을 요구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자영업자는 127명에 이른다. 이 커플에게 두 번이나 환불 요구를 받은 자영업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배달 업체로부터 취소 내역을 받아 확인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사를 확대해 피의자를 구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