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 딸. /청주동물원

피골이 상접해 헥헥 거리는 모습으로 이름도 없이 ‘갈비사자’라고 불렸던 ‘바람이(20·수컷)’가 20일 딸(7)과 상봉한다.

청주동물원은 이날 바람이의 딸 D를 강원도 강릉 쌍둥이동물원에서 청주로 이송했다. 청주동물원 의료진은 이날 오전부터 쌍둥이 동물원에 있던 D를 마취한 뒤, 초음파 검진 등 건강검진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무진동 차량을 이용, 청주로 출발했다. 의료진은 날씨 및 사자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며 차량을 이동, 이후 사자를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이동한다.

딸 D는 이름이 없는 상황이다. 2017년 TV 동물 프로그램에 바람이와 짝인 암컷이 나왔고, 두 마리 새끼를 낳았다. 한 마리는 폐사했고 D만 살아 남았다. 아빠 바람이와 딸 모두 실내 사육장인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살았다. 뼈가 앙상한 채로 숨을 헥헥거리는 바람이의 모습에 관람객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작년 7월 아빠 바람이부터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됐다.

20일 강원도 강릉 쌍둥이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이' 딸 모습. /청주동물원

그 이후 바람이가 있었던 실내 사육장에 딸이 들어가 전시됐다. 이후 전시장 유리를 긁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2대째 우리 신세, 딸도 구조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결국 부경동물원이 폐업하며 지난 5월 강원도 강릉의 쌍둥이동물원에 터를 잡게 됐다.

아빠 바람이, 그리고 암컷 도도(13)와 같은 방사장을 사용하기 까지는 새 동물원 환경 적응 등의 이유로 당장 이뤄지진 않는다. 오랜 세월 다른 공간에서 지냈던 부녀가 서로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무리 생활을 하는 사자의 본성상 바람이와 도도, 딸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동물원은 근친교배 및 자궁질환 예방을 위해 오는 11월 중성화 수술을 진행, 이후 점진적인 대면과 체취 적응을 위해 교차방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맹수인 사자들이 모여 살기 전에 서로를 차근차근 익히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합사 훈련을 진행한 뒤 내년 3월쯤 같이 셋이 무리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추후 바람이 딸의 이름은 청주시의 시민 공모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아빠 바람이 이름은 청주동물원 측에서 지어줬다. 청주동물원 측은 “좋은 삶을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작년 10월 청주동물원에서 3개월간의 교차 방사시간을 거친 바람이와 도도가 첫 합사를 한 후 풀밭에서 쉬고 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