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의 딸 사자가 20일 오후 청주동물원에 입식했다. 딸 사자는 적응 훈련을 거친 뒤 내년 3월께 바람이와 합사될 예정이다. 사진의 왼편은 바람이, 오른편은 딸 사자. /연합뉴스

동물원 경영난으로 밥을 먹지 못해 야위어 ‘갈비 사자’라고 불렸던 수사자 바람(20)이 과거 생이별했던 딸과 20일 상봉했다. 2004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던 바람은 2016년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으로 팔려갔고 2017년 딸 D(7)를 낳았다. 부경동물원은 코로나 이후 경영난에 빠져 동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바람은 뼈가 앙상한 채로 숨만 헉헉거리는 모습으로 관람객들에 충격을 안겼다.

항의가 빗발치자 바람은 지난해 7월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후 바람이 있던 82㎡(25평) 사육장에 수용된 딸 D도 극도 스트레스를 받아 전시장 유리를 반복적으로 긁는 ‘정형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D에 대한 구조 요청이 이어졌고 마침 최근 부경동물원이 폐원하면서 D는 지난 5월 강원 강릉 쌍둥이동물원으로 임시 위탁됐다. D에겐 주경이라는 본명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딸(도터·Daughter)을 뜻하는 D로 불렀다.

작년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아빠 바람이 떠난 우리에 딸이 들어간 모습./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강릉으로 이사하면서 D의 거주 공간은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활동 반경이 50㎢에 이르는 맹수인 D에게 콘크리트사육장은 여전히 답답한 공간이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사자가 홀로 지내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들은 기운이 없는 D를 보며 “아빠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청주동물원을 운영하는 청주시는 강릉에서 D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강릉 동물원에서 지내는 바람이 딸 모습(왼쪽). 20일 오전 우리에 실려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이 딸 모습.

청주동물원은 20일 강릉 쌍둥이동물원으로 인력을 파견, D를 마취한 뒤, 초음파 검진 등 건강검진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무진동 차량에 D를 태워 청주동물원으로 데려왔고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부녀 상봉은 아빠 바람이 지내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시설과 D가 옮겨진 방사장 창살 사이로 잠깐 이뤄졌다.

부녀 사자는 당분간 격리 생활을 할 예정이다. 청주동물원엔 그간 바람을 포함해 사자 두 마리가 지내고 있었는데 D가 이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체취 적응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내년 3월쯤 아버지 등과 함께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D를 돌보고 있다”고 했다. 청주시는 향후 D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는 시민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갈비사자' 바람이의 딸 사자가 20일 오후 청주동물원 격리방사장에 들어와 흙바닥을 거닐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