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그룹홈 '목포우리집'을 운영하는 서정숙(57)원장이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그룹홈 ‘목포우리집’을 운영하며 15년 넘게 전남 목포 지역의 위기가정을 돌본 서정숙(57) 원장은 ‘목포 엄마’로 불린다.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이자 교회 전도사로도 활동하는 서 원장은 2006년부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며 살아왔다.

서 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미혼모 A양을 잊지 못한다. A양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가출한 상태였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 때문에 가출 후 혼자서 출산까지 했다. 당장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이나 분유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A양을 발견한 후 서 원장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서 원장은 주저하지 않고 A양을 지원했다.

A양은 이후 “생각하면 안 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던 찰나에 손을 내밀어줘서 너무 고맙다”며 서 원장에게 고마움을 전해왔다. 아이는 현재 A양의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고 한다. A양은 “학교를 잘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서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서 원장에게 다짐했다.

서 원장은 부모의 이혼 후 잠옷 바람으로 쫓겨난 B양과 초등학교 5학년 동생도 떠올렸다. 아동 관련 기관에 긴급 신청서를 제출해 주거 문제는 급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이 생계를 이어가기엔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서 원장은 당장 입을 옷조차 없었던 B양에게 생필품과 의복비를 지원했다. 이후에도 B양이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고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서 원장은 “B양을 생각하면 봉사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서정숙 원장이 당장 생필품을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녀에게 신발을 사주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서 원장은 작년부터는 매월 3~4회씩 전남 지역의 위기가정을 방문해 30만~50만원 상당의 생필품과 의복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30여 가정의 일상회복을 도왔다.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 봉사단으로 활동하며 나오는 ‘PES(PERSONAL EMERGENCY SUPPORT) 기부금’ 덕분이다. 개인적인 위기 상황이 닥쳐 당장의 생필품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신속하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 원장은 “화재로 집이 전소되어 당장 입을 것과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이웃이 있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속옷, 의류 등 생필품과 식료품을 신속하게 지원한 덕에 한 가정의 일상과 희망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위기에 놓인 가정에 30만원은 환산할 수 없는 ‘기적과 같은 돈’이라고 했다.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주말마다 1~2시간 거리에 있는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닌다.

서 원장은 “방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하고, 위로가 된다며 눈물 흘리는 어려운 이웃들이 매우 많다”며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이들을 만나면 내가 하는 이 일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다시금 깨닫는다”고 했다.

서정숙 원장이 그룹홈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서 원장의 자녀들도 엄마의 일을 도와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서 원장은 “앞으로도 이웃들의 징검다리이자 마중물이 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위기가정을 돕고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