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에서 일본도(日本刀)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모(37·무직)씨에 대해 피해자 유족 측이 신상정보 공개와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해자는 일본도를 소지해 휘두르는 등 범행수단이 매우 잔혹하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CCTV 등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적 알 권리와 재범방지 등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며 “검찰과 법원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앞서 수사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점을 들며 백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유족들은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2차 가해의 직접적 관련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남 변호사는 또 백씨가 일본도를 취득해 범행을 준비했고 살인의 고의가 명확한 행위를 한 점 등을 언급하며 “범행 당시와 직후에 정상적인 사물 변별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있었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게 절대 심신장애의 형사 책임 조각이나 감경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의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사건이 오후 11시 22분에 발생해 그로부터 4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11시 29분에는 구급대원이 왔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피해자를 곧바로 병원에 이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사건이 발생하고 17분이 지난 오후 11시 46분에야 피해자 병원 이송이 시작됐다”며 “이송 도중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거리가 더 먼 은평성모병원으로 목적지가 바뀌어 오후 11시 56분쯤 응급실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다 출혈로 호흡이 가빠지며 신음하던 피해자는 경찰과 구급대원이 판단한 ‘현장 대응’이 완료된 뒤 이송됐다”며 “그 사이 피해자의 호흡이 꺼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백씨에 대한 엄벌탄원서를 공개모집하고 국민동의청원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살인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백씨가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날 길이 약 102cm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검찰은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으며, 백씨의 인터넷 검색 내역과 일과를 기록한 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보고 지난 23일 그를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