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 기사 전윤배씨가 지난 6월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달 매출 전국 1위를 기록한 비결을 소개하는 모습. 전씨는 지난달 31일 배달하던 도중 인천 송도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에 치였다. 머리를 다쳐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25일 끝내 숨졌다. /SBS

‘매출액 전국 1위’ 배달 기사 전윤배(41)씨의 영결식이 28일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지난달 31일 인천 송도에서 오토바이 배달 중 사고를 당한 전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25일 사망했다. 장례식장엔 고인이 배달 기사로서 방문했던 떡집, 한식집에서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었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한 동료는 “하루에 17시간을 일해도 친구, 가족, 동료를 챙기려 자는 시간마저 쪼갰던 사람”이라고 했다. 고인은 2022년 한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집계한 전국 실적 1위 라이더였다. 이후 방송·유튜브 등에서 ‘배달의 달인’으로 유명해졌다.

그가 배달 일을 시작한 때는 2016년이었다. 개인 사업에 실패해 머물 곳이 없어 찜질방에서 몰래 빨래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고인은 배달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주 7일, 주말도 없이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최소 100건의 배달을 했다. 일일 평균 250km가량을 달렸다. 서울에서 강릉 거리다.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 남짓. “잠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배달을 했다. 인천 일대 지리를 완전히 암기했고 인근 가게 1000곳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주변에 자랑했다. ‘배달 콜’을 잡으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던 왼손은 한여름 뙤약볕에 검게 타버렸다. 끼니는 오토바이 안장 위에서 에너지바, 단백질 음료 등으로 때웠다.

이런 고된 삶에 고인의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났다. 생전 뇌종양·백내장·우울증을 앓았다. 뇌압(腦壓) 상승을 방지하는 약물 등 하루 30알 넘는 약을 먹었다. 백내장 증세를 숨기려 렌즈를 착용하기도 했다. 진통제가 없으면 일을 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배달 대행 플랫폼 지사장을 맡아 동료 기사들을 챙기는 데도 여념이 없었다. 기사들이 받아야 할 할증 금액을 사비로 챙겨줬고 사고를 예방하고자 기사들이 2주마다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등 오토바이 안전 점검을 꼭 받도록 했다.

주변에선 그가 ‘언제나 공부하는 배달 기사’ ‘자부심을 가진 직업인’이라고 했다. 전씨는 한 인터뷰에서 “단순히 주문을 많이 가져오는 것보다 지금 있는 위치에서 근처 지역의 주문 2~3개씩 묶어 효율성을 높였다”고 했다. 각종 고객 요청을 꼼꼼히 확인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음식이 흘러내리거나 파손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포장을 하기도 했다.

‘배달 장인’으로 유명해지면서 배달 기사를 폄하하는 온갖 악플에도 그는 의연했다. 오히려 “배달 기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며 ‘모범 라이더’로 솔선수범했다. 2020~2023년 누적된 운전면허 벌점은 15점. 배달 시간을 맞추려 신호·속도 위반은 물론 역주행까지 감수해야 하는 배달 문화를 고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30분, 그의 마지막 배달이 끝났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며 직진한 시내버스에 치였다. 머리를 크게 다친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리고 25일 오후 11시쯤 숨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50대 버스 남성 기사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사망 소식에 적잖은 시민이 “하늘은 왜 열심히 사는 사람을 먼저 데려가는가” “아픔 없는 곳에서 쉬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인은 생전 한 방송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뿐.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시는 분들도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면 좋은 날이 있을 것입니다.” /용인=김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