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던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인근에서 한 시민이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시스

지난달 17일 오후 8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서울에 27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던 이날 2시간 동안 시민 10여명이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웃옷을 벗은 채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주행하던 오모(31‧남)씨는 “땀이 많이 나 종종 상의를 벗고 주행한다”며 “성적 의도가 있다거나, 난동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떳떳하지 못할 게 없다”고 했다.

역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올해 여름 하천변이나 공원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하는 시민들이 늘자,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강공원을 순찰하면서 ‘옷을 입어달라'고 구두로 안내한다”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월 이후 상의 탈의 관련 민원이 매일 10건 내외로 접수된다”며 “최근에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주기적으로 단속을 나가기도 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44‧남)씨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잠수교를 자주 산책하는데 상의를 벗고 있는 사람을 마주치면 민망하다”며 “아이들까지 함께 있어서 교육상 걱정이 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지원(26)씨는 “석촌호수공원에 사람이 많아 서로 부대끼는 경우도 있는데, 맨몸인 이들과 부딪혀 불쾌한 적도 많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운동 중 상의를 탈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규제 또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미비하다. 현행법상 공공장소에서 ‘성기나 엉덩이 등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경범죄 처벌법은 공공장소에서 과다한 노출을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는 ‘과다한 노출’에 대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상의 탈의와 관련해 민원이 들어와도 행정 지도를 할 수 없다”며 “청계천 이용 관리 조례에 시민의 공익을 위해 행정지도 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지만 상의 탈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례는 흡연·음주·노숙·취사 등 행위에 대해 행정 지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부 국가에선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바닷가 인근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300~750유로를 부과한다. 이탈리아 베니스도 공공장소에서 상의 탈의를 금지하고, 위반시 250~500유로를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