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관광객이 타고 온 렌터카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오재용 기자

제주도 관광 산업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도내에선 자국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중국인에 한하여 렌터카를 비롯한 운전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렌터카 시장은 물론이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제주도 전반으로 중국인들의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최근 중국인 관광 형태가 단체에서 개별로 바뀌면서 버스와 택시만으로 이들을 나르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의 경우 현재 한국에서 운전을 하려면 자국의 운전면허가 있더라도 한국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제네바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지난 5월 기준 103국을 대상으로 국제운전면허증 상호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본국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으로 운전 자격을 주는 제도인데, 중국은 해당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는 지난달 16일 본지 통화에서 “제주도를 살리기 위해선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2022~2023년 내국인 관광은 약 100만명 감소했지만, 중국인 개별 여행객은 늘었다. 이들이 지역 식당, 숙박업소 등 도내 곳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66% 증가했으며,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75.4%(약 69만명)는 중국인이었다. 렌터카 업계도 중국인들에 한시적으로 운전을 허가해주자는 입장이다. 제주도에서 소규모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제주도를 찾는 한국인이 점점 줄어들어 노는 차만 많다”며 “여행 기간에는 운전을 가능하게 해줘야 상생한다”고 했다.

2014년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운전 허용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에 반대하는 도민들이 “중국인에 대한 일방적 특혜”라며 “교통사고 증가 우려에도 도민의 안전보다 중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중시하는 조치”라고 해 무산됐다.

교통 문화 차이와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자동차 교통 문화가 한국과 격차가 커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등 한국의 교통 법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렌터카 허용 문제는 수차례 제기돼왔던 문제”라며 “중국 일부 지역에선 가장 우측 차선에서도 좌회전·유턴을 허용하는 등 한·중 간 교통 법규가 달라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