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게 일본도를 휘두른 30대 피의자 백모씨가 범행 직후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고 있다. /JTBC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의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방범카메라 영상이 공개됐다.

JTBC가 3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피의자 백모(37)씨는 일본도를 넣은 골프 가방을 든 채 길 건너편에 있던 피해자 김모(43)씨에게 접근했다.

첫번째 기습이 이뤄지고, 김씨는 어깨를 베인 채 울타리로 막힌 경비초소 앞으로 가 경비원에게 다급히 신고를 부탁했다. 하지만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백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를 쫓아오더니, 재차 공격을 가했다. 필사적으로 피하고 말리는 김씨를 향해 계속해서 일본도를 휘둘렀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김씨는 결국 쓰러졌고, 백씨는 김씨를 둔 채 자리를 떴다.

백씨 모습은 자신의 집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방범카메라에서 더 자세히 포착됐다. 온몸에 피가 묻었고, 오른손엔 범행에 사용한 일본도를 들고 있었다. 백씨는 이 상태에서 태연히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거나,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졌다.

백씨는 집에 도착한 뒤 옷을 갈아입고 방 안에 앉아 있다가,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벌어졌다. 당시 백씨가 휘두른 일본도 날 길이는 약 102㎝였다. 백씨는 작년 10월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치던 김씨가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김씨는 9세, 4세의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백씨가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백씨는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을 땐,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는가’라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백씨는 같은 달 2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으며, 백씨의 인터넷 검색 내역과 일과를 기록한 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 동기 범죄’라고 봤다.

현재 피해자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계획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백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자는 일본도를 소지해 휘두르는 등 범행수단이 매우 잔혹하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CCTV 등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적 알 권리와 재범방지 등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며 “검찰과 법원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건 당일 가해자는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피해자를 응시하며 범행 타깃으로 삼았고, 횡단보도가 바뀌자 피해자만 추적했다”며 “범행 직후 현장에서 도주해 거주지에 숨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상적 사물 변별능력과 행위 통제력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유족 측은 백씨에 대한 엄벌탄원서를 공개 모집하고, 국민동의청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