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부스의 모습. /박진성 기자

“지구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오른 뺨에 지구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 한 초등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커서는 나무도 많이많이 심고 싶어요”란 말을 덧붙였다.

이날 강남구 강남대로·테헤란로 일대엔 ‘907 기후정의행진’이 주관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오후 1시쯤 강남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주최측은 약 2만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 참여하러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김민우(21)씨는 “SAVE THE EARTH(지구를 지키자)”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김씨는 “얼마전 기후소송의 결과를 보고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얼른 후속조치를 해서 심해지는 기후 위기에 제동을 걸었으면 좋겠다”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2031년 이후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아 미래 세대의 환경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해당 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 ‘907 기후정의행진’이 주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진성 기자

참가자들은 올 여름 폭염에서 기후 위기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하영은(38)씨는 “저번 달 밤마다 더위에 잠을 설치면서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며 “그동안 아무 관심 없었는데 이제는 재난으로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여름 더위는 ‘역대 최악’으로 꼽힌다. 평균기온과 열대야 등 각종 더위 지표에서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을 넘어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평균 열대야일(20.2일)이 전국으로 기상 관측망이 확대된 1973년 이후 1위를 기록했다. 전국 66개 기상 관측 지점 중 36곳은 올여름 열대야 일수가 지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강남대로 강남역→신논현역 구간,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테헤란로 강남역→삼성역(하위 3개 차로) 구간 차량 통행을 통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