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씨가 도박자금 관련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48)씨가 수사기관에서 인정했던 진술을 모두 번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광주지법 형사11단독 김성준 부장판사는 1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 대한 공판을 열고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임씨는 2019년 1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씨에게 도박 자금 8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초 고소장에 적시된 8000만원보다 많은 1억5000만원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며 진술을 변경한 상태다. A씨는 “임씨에게 빌려준 돈이 총 1억5000만원”이라며 “처음엔 임씨가 이중 7000만원을 갚은 줄 알고 8000만원 미변제 부분만 고소했는데, 다른 채무자가 7000만원 변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A씨는 임씨와 또 다른 야구선수 출신 B씨에게 돈을 빌려줬다. 이후 7000만원을 돌려받았는데 임씨와 B씨 중 누구로부터 받은 돈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A씨는 “현지 사업을 위해 세관에 신고한 2억5000만원 중 1억5000만원을 임씨에게 현금으로 줬다. 유명 야구선수라 갚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후 700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갚은 사람이 임씨인지 B씨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임씨는 현금이 아닌 카지노 도박용 화폐(칩)으로 돈을 받았으며 빌린 돈을 이미 모두 갚았다고 반박했다. 임씨는 “여행 경비와 도박비로 쓰려고 A씨에게 7000만~8000만원 상당의 칩을 빌렸다”며 “2019년 12월 하순쯤 저와 아내 명의의 계좌로 각 2차례에 걸쳐 총 7000만원을 A씨에게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지에 (큰 액수의) 현금을 가져가지 못해 A씨에게 잠시 빌린 것뿐”이라며 “다 갚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앞서 수사기관에서 도박 자금 미변제를 인정한 것에 대해 “A씨가 기자들과 친분이 있고 도박 전과도 있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웠다. 돈으로 무마하기 위해 A씨 주장대로 인정한 것”이라며 “그동안 이미지 때문에 안이하게 대응했으나 이제는 불이익에 제대로 대응할 생각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말했다. 2020년 A씨 측에 넘긴 차용증 역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쓴 허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소인 주장과 임씨 진술이 모두 뒤바뀜에 따라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4일 열린다.

임씨는 1995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으로 프로에 데뷔한 뒤 삼성 라이온즈와 일본과 미국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투수다. 2018년 KIA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작년 한국프로야구 KBO가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정한 ‘레전드 4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도박 관련 잡음에 휘말리며 팬들의 실망을 사고 있다. 과거 2016년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 약식명령을 받은 적 있으며, 2021년에도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 이듬해엔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