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tbs 사옥. /TBS

과거 ‘편파 방송’ ‘정치 방송’ 논란에 휩싸였던 TBS(서울교통방송)가 결국 민영 방송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11일부터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한다”고 10일 밝혔다.

TBS는 서울시의 자금 지원을 받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이었는데 이제 출연기관 지위를 잃고 독자 경영을 해야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TBS에 세금을 지원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서울시는 지난 6월 행안부에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연 400억원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존해왔던 TBS는 자구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TBS는 현재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본사도 서울시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시 지원금은 지난 6월 완전히 끊겼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고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면서 TBS는 이제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방송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정치 방송, 편파 방송에 몰두해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TBS는 1990년 서울시 교통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에는 서울시의 사업소 중 하나였다. TBS를 바꾼 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2020년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키우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내세워 작가, PD 등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에게 교통 정보를 전달하던 TBS는 이후 ‘정치 방송’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편파 발언을 한 진행자를 계속 출연시킨 TBS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음모론이 전파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는 2022년 대선 전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나중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방심위 제재가 이어졌지만 TBS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1건,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3건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022년 7월 의회가 열리자마자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후 김어준씨 방송을 옹호했던 TBS 직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노조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은 이강택 대표가 물러났다. 이어 12월 김어준씨도 방송에서 하차했다.

TBS는 작년 9월 경영난을 불러온 김어준씨와 이강택 전 대표에게 총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성구 TBS 대표대행은 지난달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TBS가 김어준이 만든 불행한 유산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홀로 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TBS 관계자는 “현재 재단 잔고가 바닥나 9월부터 임금 체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TBS에 따르면, 지난해 380여 명이었던 TBS 임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을 거쳐 24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시가 작년 말부터 TBS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지만 번번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도 TBS의 방만한 경영 상황, 정규직 위주의 인력 구조 등을 보고 등을 돌렸다”고 했다.

TBS는 올 연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재허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심의를 통과해야 방송사의 핵심 자산인 라디오 주파수를 계속 쓸 수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재허가를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금 조달 능력”이라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TBS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TBS 측은 “독립 경영을 위해 민간 투자자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