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를 맞아 심정지 상태로 전남대병원에 이송됐던 고등학교 교사 김관행(사진 오른쪽)씨가 12일 병원을 찾아 자신을 치료했던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와 손을 맞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대병원

낙뢰를 맞아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20대 교사가 28일에 걸친 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그는 자신에게 새 삶을 전해준 의료진들을 위해 써달라며 발전후원금도 전달했다.

12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낙뢰 사고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던 김관행(29)씨가 지난 2일 퇴원했다. 김씨는 지난달 5일 낮 12시4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낙뢰를 맞았다.

당시 광주지역은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불안정한 대기 상태였고 광주·전남지역에서 약 3000번의 낙뢰가 관측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낙뢰를 맞은 뒤 약 40분 동안 심장이 멈췄다고 한다.

김씨는 119 구급대원과 시민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전원됐다. 전남대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심정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다룰 수 있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심정지 통합치료를 받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생존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5분 이상 심장이 멈추면 장기로 혈액과 산소 공급이 멈춰 심장과 폐, 뇌까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씨의 치료를 맡았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는 “김씨를 처음 봤을 때는 심정지가 오랜 시간 진행돼 생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면서도 “하지만 젊은 환자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가 중환자실에서 머문 시간은 총 16일. 김씨는 중환자실 입원 첫날 밤부터 다발성 장기부전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상이 뒤따르면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까지 이어졌었지만, 입원 10일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조 교수는 “낙뢰 환자는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며 “김씨는 심정지 후 증후군도 함께 동반돼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에크모 치료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중환자실을 포함해 총 28일 동안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 2일 퇴원했다. 그는 부임 3년차를 맞은 광주 서석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다. 국어과목을 맡고 있다.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장기간 입원에 따른 섭식 장애와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인해 걷기도 힘들어 학교 복귀는 미뤄뒀다고 한다. 다만 완치되지 못한 몸이지만 12일 병원을 찾아 자신을 치료해 준 응급실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 4일에는 전남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발전후원금 1000만원도 기탁했다.

김씨는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며 “더불어 응급중환자실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아들의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 동생에게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