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가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다가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돼 약 10개월간 중국 공안에 구금됐던 손준호(32·수원FC)가 승부조작의 핵심으로 알려진 전 동료로부터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준호는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며 “중국 공안이 가족을 언급하며 협박하고 판사마저 혐의 인정을 강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신이 지쳐서 빨리 내보내 주겠다는 말에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손준호 설명에 따르면, 그는 중국 산둥에서 함께 뛰던 조선족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위안을 승부조작 대가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손준호에게 돈을 준 선수는 승부조작으로 체포된 상황이었고, 중국 수사 당국은 이 돈을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가로 판단했다고 한다. 손준호는 중국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작년 5월 상하이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공안에 연행된 후 지난 3월에서야 풀려났다.

손준호는 동료로부터 20만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손준호는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손준호는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와 절친한 사이로, 원래 금전적 거래가 종종 있었던 사이었다며 “이런 개념으로 내가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그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했다.

손준호는 ‘20만위안 정도의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받은 일이 흔했냐’는 질문에 “매번 그러진 않았다. 그렇게 큰돈이 오간 적이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드문 상황이면 보통 이유를 기억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기자회견에 동석한 손준호 에이전트가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하고 짠돌이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인지 감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대신 답했다.

1시간 30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손준호 측이 승부조작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긴 했지만, 결백에 힘을 싣는 공식 문서·자료 등 뚜렷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실제 증거가 없으면 해당 사건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가능한 한 빨리 진실을 대중에게 밝히길 원한다. 반박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중국 법원의 판결문이 손준호를 둘러싼 궁금증을 해결하는 1차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판결문 역시 확인이 안 됐다. 판결문엔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세부 범죄사실은 물론, 금품 대가로 승부조작이 언급됐을 시 승부조작 대상으로 지목된 경기에서의 실제 불법 행위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적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손준호 에이전트는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판결문 열람 요청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한편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FIFA(국제축구연맹)에 통지한 상태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를 각 회원국에 통보하면 손준호는 전 세계 어떤 리그에서도 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