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2명을 숨지게 한 70대 벤츠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승용차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사고 순간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70대 운전자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체포한 뒤 변호사 입회 아래 1차 조사를 마쳤다. A씨는 13일 0시쯤 석방됐다.
음주 검사 결과 A씨는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특별한 약물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A씨 차량을 임의로 제출받아 확보했고, 정확한 약물 검사를 하기 위해 혈액과 소변도 채취했다.
경찰은 확보한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사고 데이터 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한 차량 속도와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이 필요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운전자 A씨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부산경찰청이 공개한 사고 직전 방범카메라(CCTV) 영상에는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 담겼다. 차량 비상등이 점멸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영상 속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A씨가 제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브레이크를 밟은 시점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기에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해도 상당한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사고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제동력은 얻지 못했을 수 있다. 또, 사고 현장 바닥에는 차량이 갑자기 제동할 때 남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없어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어도 차량 결함 등으로 인해 제동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전날 오후 1시 12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에서 벤츠 차량 1대가 인도 위로 돌진했다. 사고 차량은 인도에 걸쳐 정차해 있는 1t 트럭을 들이받은 뒤 행인 2명을 덮쳤고, 인근 가게 입구를 부수고 멈춰 섰다. 이 사고로 길 가던 70대 여성은 현장에서 숨졌고 60대 남성은 심정지 상태에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고 차량은 구청 어귀삼거리쪽에서 일방통행로 진입 후 10m 이상을 인도를 물고 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도로는 인도와 별도의 가드레일이나 경계석 없이 바로 연결돼 있다. 사고로 철제 가로등이 뿌리째 뽑혀 나가면서 일대가 정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