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군이 대남방송 확성기로 추정되는 구조물 근처에서 작업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곱 살짜리 손녀가 오죽 힘들었으면 소리 좀 안 나게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쓰겠다고 합디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 사는 안효철(67)씨는 12일 “손주들이 괴상한 소리 때문에 강화도를 나가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젯밤도 잠이 들었다가 오후 11시쯤 깼는데,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북한의 괴상한 대남 방송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웃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 접경 지역인 인천 강화군 송해면 일대 주민들이 북한의 정체 모를 대남 방송 소음에 고통받고 있다. 벌써 3개월째다.

이날 인천 강화군 등에 따르면 지난 7월쯤부터 ‘따다닥딱’ 하는 소리와 ‘끼익끼익’ 하는 쇳소리, ‘사이렌’ 소리 등 기괴한 소음이 북한의 대남 방송을 통해 강화군 북단인 송해면과 양사면 일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강화군 양사면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대북 방송을 시작한 후 북한 쪽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7월 2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 방송이 2~3시간 지속되다가 10~20분 중단된 뒤, 다시 2~3시간 지속되는 방식으로, 밤낮 없이 나온다고 했다.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땐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한다.

안씨는 “예전에 북한이 대남 방송을 하면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려왔었는데, 이런 기괴한 소리는 처음”이라며 “군청 등에 아무리 민원을 해도 변화가 없다”고 했다.

북한의 기괴한 대남 방송 소리가 크게 들리는 지역은 송해면 당산리와 숭뢰리, 양오리, 양사면 철산리 등지로, 동네마다 250~400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지역은 당산리라고 한다.

종인선 송해면장은 “소음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측정해 보니 80데시벨까지 나온다”며 “기괴한 소음이 이어져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군청 등 관계 기관에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의 대북 방송에 맞대응하고 남쪽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군은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7월 말부터 전방 지역에서 미상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