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의 모습.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종 기자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약 5000여 대 규모 주차장 네 곳이 전부 꽉 차 있었다. 차들이 빈자리를 찾아 뺑뺑 돌았다. 청사 안은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정현(45)씨 가족은 “요즘은 김포공항 대신 청주공항을 항상 이용한다”며 “차도 안 막히고 김포공항보다 탈 수 있는 노선도 많다”고 했다.

과거 지방 공항은 손님이 없어 ‘활주로 위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최근 지방 공항인 청주공항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1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8월까지 314만7000명으로, 400만명을 넘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공항을 앞질렀고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 중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 2일 100만명을 넘었다.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 지방 공항은 ‘빅3′인 제주·김포·김해 공항 말고는 청주공항뿐이다.

그래픽=송윤혜

청사 안 편의점과 식당에는 대기 줄까지 생겼다. 편의점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이었는데 요즘은 성수기·비수기 가릴 것 없이 매일 제주나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을 찾는 승객 4명 중 1명(26.2%)은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이었다. 대구, 경북 등 영남권에서 온 승객도 10.5%였다.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여행객이 몰린다는 뜻이다.

이날 만난 수도권 여행객들은 청주공항이 김포공항보다 가깝고 교통 체증도 덜해 편리하다고 했다. 경기 평택에서 왔다는 오정현(38)씨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교통 체증 때문에 주말에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청주공항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을 생각하고 공항에 일찍 왔는데 발권 절차를 마치고도 탑승까지 2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 신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수도권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국토의 중앙에 있다 보니 전북, 경북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공격적으로 국제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탈 수 있는 항공편이 많다. 국제선 노선 수를 비교하면 청주공항(10)이 김포공항(7)보다 많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오카와 베트남 다낭 등 노선은 김포공항에는 없는 노선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이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청주공항이 가까울 수 있다. 청주공항도 취항 노선을 늘리기 위해 항공사가 새로 취항하거나 항공편을 늘릴 경우 공항 착륙료를 2년간 면제해 준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제주도를 갈 때 김포공항 출발은 거의 자리가 없는데 청주공항 출발은 여유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일본 도쿄나 후쿠오카 노선 등은 인천공항에서 탈 때보다 요금도 10만~15만원 정도 싼 편이다. 비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이라 주차 요금도 싸다. 김포공항은 30분에 1000원, 하루 주차비는 2만원이다. 반면에 청주공항은 1시간 1000원, 하루 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청주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 등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이용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활주로를 신설하고 좁은 청사와 주차장 시설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