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이 지난달 말 남산 곤돌라 공사를 중단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남산에서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뒤로 케이블카가 푸른하늘에 미끄러지듯 산 정상을 향해가고 있다. /이태경 기자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용도구역 변경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일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공원으로 바꿨다. 곤돌라 운영을 위해서는 높이 30m가 넘는 중간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높이 12m 이상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어서다.

이에 대해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용도구역을 ‘해제’할 때만 기준이 있는 것이고, 이번 용도구역 ‘변경’은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삭도공업은 이외에도 남산 곤돌라가 개통하면 인근 학교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곤돌라 공사 중단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 케이블카는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당시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한석진(1984년 사망)씨가 허가를 받아 이듬해 운영을 시작했다.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내줄 당시 사업 종료 시한을 따로 정해 두지 않아 남산 케이블카는 60년 넘게 ‘가족회사’의 형태로 대물림되고 있다. 지금도 회사 공동대표로 한석진씨의 아들인 한광수(83)씨와 이기선씨가 등록돼 있고, 한씨와 이씨 일가가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독점 운영이 지속되면서 ‘이제라도 특혜를 뺏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돼 지난 2016년에는 서울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꾸려 행정 사무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한국삭도공업이 인건비를 과다하게 기재하는 등 재무회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케이블카 사업의 허가 기간을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궤도운송법 개정을 건의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 6월 서울시가 ‘남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명동역과 남산 정상을 잇는 남산 곤돌라를 발표하면서다. 지난 2016년 서울시가 명동역과 남산을 잇는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했다가 백지화했는데, 이를 재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고 케이블카보다 5000원 정도 저렴한 곤돌라를 짓기로 하면서 오는 2026년부터는 케이블카의 독점이 깨지게 된 셈이다. 이에 이번 한국삭도공업의 소송 제기를 두고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체제가 깨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