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번 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고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대구대 생물교육과 차수현씨. /대구대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대구대 생물교육과 고(故) 차수현씨가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19일 대구대에 따르면, 대구대는 오는 20일 오후 경산캠퍼스 성산홀에서 명예졸업장 전달식을 열고 차씨의 아버지 민수(55)씨에게 딸의 명예졸업장을 전한다.

차씨가 사범대학에 기탁한 장학금 600만원도 이날 후배들에게 전달한다. 같은 생물교육과 후배 6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장학금이 수여된다. 아버지 차씨는 “딸이 명예졸업장을 받는 모습을 하늘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기뻐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차수현씨는 2021년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 직후 건강 검진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20여년 전 차씨 아버지도 이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했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차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수술이라 갓 20살이 된 여학생이 감내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씨는 이런 몸 상태에서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학업을 이어갔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던 중 병세가 악화해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쯤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투병하던 차씨는 지난 6월 초 22세 나이로 숨졌다.

차씨는 생전 병상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했다. 차씨의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바람대로 사범대학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600만원을 대학에 기탁했다.

대구대는 지난 7월 차씨를 기리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차씨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겼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은 “투병 중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차수현 학생의 열정과 헌신이 다른 학생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며 “차수현 학생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꿈과 열정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