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엔 “홍승한 탈퇴해” 등이 적힌 1000개 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었다. 거리는 근조 화환으로 거대한 장례식장을 방불케할 정도였다. 행인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화환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SM 소속 아이돌 그룹 멤버 홍승한(21)씨의 사생활 논란에 항의하는 팬들이 보낸 화환이었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릴 만큼 최신 유행이 넘실거리는 성수동이 최근 근조 화환과 시위 트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SM은 2021년 성수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세계적 브랜드와 신흥 부자들이 모여들고 젊은 예술가들까지 즐겨 찾는 성수동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소속 연예인들의 가십·스캔들이 나올 때마다 극성 팬들이 몰려오면서 인근 주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3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24·본명 유지민)가 배우 이재욱(26)과 열애를 인정하자 일부 팬들이 “사랑을 주는 팬을 배신했다”며 트럭 시위를 했다. 4월 가수 보아(38·본명 권보아)가 연예계 은퇴를 암시하자 역시 시위대가 몰려왔다.

성수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직장인 김형민(42)씨는 “서울숲과 한강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동네였는데, SM이 온 뒤로 바람 잘 날이 없다”며 “왜 이곳으로 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살고 있다는 박모(31)씨는 “조용하고 쾌적한 베드타운에서 팬들의 성토 대회가 열리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