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빙기 내부에 물곰팡이가 피어 있는 모습./독자 제공

전국 매장수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가 3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커피 프랜차이즈별 식품위생법 위반’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188건으로 지난 2020년(76건)에 비해 약 2.5배 늘었다. 위반 유형으로는 ‘위생교육 미이수’가 94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기준 및 규격 위반(30건)’,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21건)’이 뒤를 이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마시기도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 음식점 등 요식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식약처로부터 위탁 받은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으로부터 위생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업주들 사이에선 “같은 업종에 속해 있다면 카페, 횟집, 고깃집 모두 같은 강의를 듣고, 심지어 그 내용도 매년 비슷해 들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서 5년 째 카페를 운영 중인 30대 A씨는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를 하고 카페를 운영 중인데, 일반 음식점은 모두 똑같은 강의를 수강하고 내용도 매년 비슷하다 보니 ‘생선의 균이 번식하는 온도’ ‘식육 가격 표시 방법’ 등을 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예비군 원격 교육처럼 영상을 틀어 놓고 딴 일을 한다”고 했다. 카페는 주로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하는데, 같은 업종이면 모두 같은 위생교육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예컨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장이라면 카페든 고깃집이든 모두 같은 강의를 듣는 것이다.

위생 교육을 실시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휴게음식점중앙회 등 동업자 조합은 “콘텐츠를 업종별로 세분화하는 것은 예산과 교육장 확보 같은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교육 내용이 다 똑같고, 모든 요식업자들의 요구가 교육에 담기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업체 측에 교육 내용의 다양화와 실제 위생 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개발해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기본적으로 위생교육 내용 개발 책임은 교육비를 받는 교육기관에 있고, 우리는 콘텐츠에 문제가 있으면 기관에 시정 명령을 내린다”면서도 “예산 등 현실적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조합 측에 교육 콘텐츠를 다양화하라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에 받게 되는 불이익이 적은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꼽힌다. 위생 교육 1차 미이수 시 과태료 20만원, 2차 미이수 시에는 40만원, 3차 이상 미이수 시에는 60만원이 부과되는데 이것이 처벌의 전부다. 지속적으로 위생 교육을 듣지 않아도 영업 정지 등은 처분은 불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조선비즈

이에 더해 식약처가 차가운 음료 수요가 급증하는 매년 여름을 앞두고 실시하는 ‘여름철 다소비 식용얼음 수거 및 검사’의 일정도 사전 예고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5월 30일 “오는 6월 3일부터 17일까지 17개 지자체와 식용얼음 수거‧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A씨는 “제빙기 청소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 1~2시간이 걸리다 보니 제빙기 청소를 안 하는 업체가 많은데, 구청에서 검사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 그제서야 미친 듯이 청소를 한다”고 했다.

제빙기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 구리시에서 6년째 제빙기 청소 업체 ‘이끌림케어’를 운영 중인 김선오(55)씨는 “제빙기를 청소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업주들이 많다”며 “물이 흐르는 곳에는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제빙기 청소를 직접 하거나 업체에 맡기는 업장은 체감 상 전체의 30~40%에 그치는 것 같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이 검사는 적발보다는 영업자가 자체적으로 위생 관리 상황을 한 번 더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목적이 크다”며 “보도자료에 검사 대상 업체를 명시하는 것은 아니며, 지자체가 자체 선정하기에 영업자는 선정 사실을 미리 알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카페들의 이러한 ‘위생 불감증’에 소비자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모(54)씨는 “더운 여름에야 대체재가 없어서 아이스 커피를 일주일에 2~3번 마시는데, 식약처나 업장에서 위생 관리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배탈을 감수하며 음료를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