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공공건축물을 세울 때 설계 공모 단계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설계공모 세부 운영절차 및 기준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공모 진행과 기술 검토, 사업 실현성 검증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공모 기획 단계에서 설계공모 진행의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전문성을 높인다. 사업 특성에 따라 구조·시공·설비·토목·수리·조경 등 관련 협회나 학회 소속 전문가가 운영위에 참여하게 된다. 발주기관도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공모의 목적과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5급 이상 공무원이 참여한다.

공모 작품의 실현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도 강화한다. 후보작에 대한 공사비 검토 단계에서 시공·적산(재료 수량 등을 산출) 분야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사비가 낭비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 사업 특성에 따라 건축 외의 분야에서도 심사위원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설계공모에 당선된 작품이 예정된 공사비 안에서 실현 가능한지, 검토를 거친 뒤에 계약을 맺도록 계약 체결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잠수교 보행화 사업 당선작 예시 이미지/서울시

이번 개선안은 최근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의 핵심 구조물인 공중보행다리가 ‘안전성’ 논란 등에 휩싸여 설계안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기존 설계공모 기준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마련된 것이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수변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거쳐 네덜란드 아치 미스트 사(社)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었다. 잠수교 위에 약 800m 길이의 분홍색 공중보행다리(데크)를 설치한다는 구상이었다. 예정 설계비는 7억원, 공사비는 165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해마다 폭우가 내리면 잠수교가 가장 먼저 잠기는데 공중보행다리를 어떻게 설치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설계공모 심사위원에 안전성을 점검하는 토목 구조 전문가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선작이 하천 설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의 제기도 있었다. 잠수교는 하천 설계 기준에 따라 홍수 발생 시 예상되는 최고 수위보다 2m 높은 18.1m 높이부터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는데, 설계안에서는 공중보행다리를 그보다 낮은 14.7m 높이에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는 공중보행다리는 설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설계공모 운영 기준을 개선해 공공성,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더욱 수준 높은 공공건축물을 기획,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